짝퉁·싸구려 상품만 관광객 몰려

2008. 12. 15. 14:43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인지도 낮은 브랜드 상점은 썰렁 

‘엔고특수’가 불황을 맞은 유통 및 관광업계에 한 줄기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를 꼭 반길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인 관광객들의 수요가 명품 등 글로벌 브랜드 상품이나 그 짝퉁(이미테이션 상품)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가장 많은 일본인 관광객들을 끌어모은 곳은 ‘짝퉁 명품’을 파는 노점들이었다.

구찌, 샤넬 등 명품 로고가 박힌 양말부터 지갑, 벨트, 가방 등 상품도 다양했다.

짝퉁 명품 양말을 켤레당 1000원에 파는 노점 주변은 일본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노점 주인은 “일반 양말에는 눈길을 안주니까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짝퉁을 가져다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노리코(여·28)씨는 “가짜인 줄 알지만 재미있어서 샀다”며 “10켤레를 샀는데, 친구들에게 하나씩 주면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만난 한 노점상은 “일본에서는 ‘짝퉁 명품’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것 같다”며 “특히 ‘짝퉁 루이뷔통’이 가장 잘 팔린다”고 귀띔했다.

반면 순수 국내 브랜드는 ‘엔고특수’의 예외지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중구 명동의 의류쇼핑몰 밀리오레 관계자는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브랜드의 상품은 가격이 싸도 좀처럼 사지 않는다”며 “매출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백화점에서 사은품 제공 등을 내건 국내 화장품 매장 관계자도 “브랜드가 일본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샘플 제품을 그냥 주겠다고 하는데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동의 한 쇼핑몰에서 만난 상인은 “지적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단속이 강화돼 사라져가던 ‘짝퉁 시장’이 다시 커지는 것 같다”며 “이러다 한국이 ‘짝퉁 공화국’이라는 나쁜 이미지를 다시 갖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2008-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