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담은 우면지

2005. 11. 10. 13:03좋은정보

하늘을 담은 우면지

 



 최근모

 

가을이 깊어져 단풍도 더이상 눈길을 끌지 못하고, 발길에 서걱서걱 밟히며 귀를 즐겁게 하던 낙엽도 거리의 골칫거리가 될 즈음 그곳이 생각났다.

한 여름의 땡볕을 작은 몸으로 보듬으며 수줍은 속살을 드러내던 그곳.

11월의 가을하늘을 담은 우면지는 본래의 모습보다는 늦은 오후 조각하늘을 담은 자태가 특히 매혹적인 곳이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게 정석이나 버스를 타고 좀 돌아가기로 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406번을 타고 40분쯤 가자 예술의 전당이 나왔다. 가는 도중 건너게 되는 반포대교는 버스 뒷좌석에서 한강의 매력을 감상할 기회를 덤으로 준다.

우면지는 우면산 자락에 위치한 연못인데 정확히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뒷편에 자리잡고 있다.

음악분수대가 보이는 광장에 오르자 한쪽에 늘어선 감나무가 가을의 정취를 더욱 진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 밑에서 평화롭게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전방으로 보이는 우면산은 이미 단풍에 흠뻑 물들어 있었다.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우면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 크지도 그렇다고 인색하지도 않은 크기의 아담함. 이곳은 웨딩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이날도 어김없이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한껏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사진사의 요구에 맞춰 이리저리 자세를 잡는 신부의 얼굴에서 새로운 시작의 설레임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보이지 않던 오리 한 쌍이 연못을 오가며 한껏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그 옆에서 장난을 치는 신랑. 평생 간직하며 추억을 되새기게 될 웨딩사진을 위해 열심히 포즈를 잡고 있는 신부. 오리의 새하얀 깃털이 신부의 드레스와 묘하게 어울리며 결혼의 순결이 더욱 돋보이는 광경이다.

 

이제는 오리들이 마치 자신의 세상인 양 연못을 휘젓고 다니지만 사실 지난해까지 이곳의 주인은 거북이들이었다. 연못 끝자락에 솟은 바위에서 선탠을 즐기던 그 많던 거북이 선생님들은 그림자조차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가을이라 그런가? 아니면 새로 둥지를 튼 오리 두 녀석에게 혼쭐이 나 계획에도 없던 이사를 하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은 것이니 오리 두 녀석은 꽤 얄궂은 놈들이다.

우면지의 패권이 누구에게 가게 되었든 지금 청명한 하늘을 머금은 연못의 수면과 오리 한 쌍은 묘하게도 잘 어울린다.

평화롭고 고요한 오후의 우면지에 구름이 지나간다.
이곳을 지나 바로 이어진 산자락을 타고 들어가면 우면산의 깊은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중턱에 자리잡은 소나무 군락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공기는 달콤하다 못해 가슴 속이 다 후련하다.
길을 오르다 잠시 쉬고 싶다면 산 중턱에 자리잡은 대성사 앞 마당에서 뱃속을 얼얼하게 만드는 약수 한 모금으로 갈증을 푸는 것도 우면지 여행의 숨겨진 맛이다.

주말에도 그리 붐비지 않고 여유로와서 좋은 우면지.
가족들과 멀리 갈 필요 없이 일요일 오후 수면에 담긴 조각하늘을 한 번 낚아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아내와 단 둘이서 디카 하나 들고 웨딩사진을 다시 찍어 본다면 더 금상첨화일 것이다.

■ 가는 길
    지하철- 남부터미널역에서 예술의 전당 가는 마을버스 이용 (5분)
    버   스- 시청, 세종문화회관에서 406번 타고 예술의 전당 하차 (40분)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뒷편으로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