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앞둔, 우수(憂愁)에 젖은 농심(農心)

2009. 2. 20. 10:19내고향강진의 향기

 

 

 

우수(雨水)앞둔, 우수(憂愁)에 젖은 농심(農心)

 

- 28살 황순이와 쟁기질하는 이장님 -

 

 

봄을 시샘하는 갑작스런 꽃샘추위로 수온주가 영하를 오르내리는 가운데 봄을 맞으려는 농부의 마음은 농사준비로 가득 차 있다.

 

봄바람이 불어 새싹이 돋아나고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를 하루 앞둔 전남 강진군 군동면의 밭에서는 아침한기가 사라지자 지게에 쟁기를 짊어진 농부가 누워있던 암소를 몰아 고추 심을 밭갈이에 나섰다.

 

주인공은 신옥진(65세, 전남 강진군 군동면 명암마을 이장)씨와 올 해로 28살이 된 황순이로 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가족이다.

 

소 나이가 28살이면 사람으로 치면 팔순이 넘어선 고령이라고 소개한 신 씨는 “그동안 암수 8마리씩 16마리를 낳아 줘 4남매를 공부시키는데 큰 힘이 되어 주었다.”고 말했다.

 

여느 소들과는 달리 풀만 먹여서인지 건강한 모습으로 집안 농사를 거들어 온 황순이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최근엔 머리의 뿔이 빠지고 새로이 돋아나고 있다고 한다. 

 

신 씨는 현재 농사를 짓고 있는 밭은 경지정리 된 논으로 둘러있어 소를 이용한 쟁기질이 아니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농사를 위해 요즘은 보기 드문 소 쟁기질을 해오고 있지만 쟁기질을 위한 소 키우기라기보다는 친자식이나 한 가족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이 들었다는 신 씨는 “황순이를 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고 말하고 말귀를 잘 알아듣는 손색없는 농사 친구라고 자랑했다.

 

농사일을 하다 바쁜 일이 생겨 들에 놔두고 와도 어딜 가지 않고 혼자 집으로 찾아오는 황순이가 대견하다는 신 씨는 “생명을 다하면 고이 묻어 줄 생각”이라고 말하며 황순이 머리를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