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 브랜드 스토리

2011. 4. 12. 10:27브랜드스토리

롤렉스 브랜드 스토리

 

워낙 ‘억’ 단위의 고가 제품이 많은 시계 시장. 그중에서도 ‘명품 시계’ 하면 떠오르는 게 롤렉스입니다. 지난해 관세청에 압수된 짝퉁 명품 중 2위(시가 기준 162억8900만원어치)도 롤렉스였습니다. 2007년엔 1위에 오르기도 했죠. 브랜드로서는 안된 일이지만 ‘짝퉁’이 많다는 건 그만큼 대중이 좋아하는 브랜드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손목시계의 역사’가 곧 브랜드의 역사가 된 롤렉스를 소개합니다.

 

롤렉스는 기계식 손목시계를 만드는 스위스 기업이다. 1905년 독일 출신의 한스 빌스도르프가 설립한 이래 100여 년간 수많은 ‘최초’의 시계를 만들었다. 현재는 4대 CEO인 브루노 마이어가 기업을 이끌고 있다. 롤렉스의 한국 지사는 2003년 설립됐고, 모두 9개의 공식 판매점이 전국 주요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에만 있다.(서울 5, 광주 1, 대구 1, 부산2)

 

100여 년 전 손목시계의 시대를 열다

 

시간이 맞지 않는 손목시계를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1900년대 초만 해도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손목시계에 넣는 무브먼트(Movement·시계가 작동하도록 하는 내부 장치)는 크기가 작아 회중시계만큼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지고 다니기 불편하더라도 회중시계를 더 선호했다. 하지만 창업자 한스 빌스도르프(1881~1962·사진)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정확성만 갖춘다면 손목시계가 회중시계를 대체할 수 있다고 확신한 것. 20대에 런던에서 시계 전문 유통 회사를 세운 경험이 바탕이 됐다. 그는 1905년 롤렉스를 세우고, 정확도가 높은 스위스산 무브먼트를 장착해 손목 시계를 만들어냈다. 기술적 혁신으로 롤렉스의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62년 취임한 2대 CEO 앙드레 하이니거는 지금의 브랜드 명성을 만들어냈다. 60~70년대 당시 롤렉스를 비롯한 스위스 시계 업체들은 최대 고비를 맞았다. 쿼츠 기술을 이용한 값싸고 정확한 일본제 전자시계가 시장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전자시계로 전향하거나 도산했다. 하지만 롤렉스는 꺾이지 않았다. ‘명품 시계는 기계식이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기계식 시계 제조만을 고집했다. 디지털 시계의 유행은 오래가지 못했고, 롤렉스는 ‘타협하지 않는 최고급 시계’로서의 이미지를 더 확실하게 굳혔다.

 

아버지의 뒤를 이은 3대 CEO 패트릭 하이니거는 시계 제조에 사용되는 모든 무브먼트 및 부품을 스위스 롤렉스에서 자체적으로 일괄 생산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시계 기술의 핵심인 무브먼트를 다른 시계 제조업체에 판매하지 않고 자신들만 사용하는 브랜드는 롤렉스가 유일하다.

 

‘세계 최초’ 수많은 기록을 남기다

 

100년의 역사를 가진 시계 브랜드는 롤렉스 말고도 더 있다. 그러나 역사적의 순간을 장식했던 브랜드는 롤렉스만 한 곳이 없다. ‘최초의 시계’라는 수식어 앞엔 항상 롤렉스가 있었다.

 

1 1931년에 만든 자동 태엽 시계는 ‘영구 회전자’가 들어 있어, 손목을 돌리면 태엽이 감기도록 만들었다. 2 1956년 시계 역사상 처음으로 날짜와 요일이 표시됐던 ‘데이-데이트’. 3 1953년 탄생한 첫 스쿠버다이버용 시계 ‘서브마리너’는 수심 100m까지 방수·방압이 된다. 4 1926년 나온 최초의 방수 시계 ‘오이스터’. 5 선수용으로 만든 ‘요트 마스터’. 독특한 출발 방식의 요트 경기에 맞춘 ‘카운트다운 메모리 기능’으로 첫 특허를 따냈다.

세계 최초 크로노미터 인증 손목시계 롤렉스는 1910년 스위스에서 손목시계 역사상 최초로 공식적인 크로노미터 인증을 획득했다. 크로노미터란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관의 검정에 합격한 고정밀 시계에 주어지는 명칭. 1914년에는 당시 항해용 큰 시계에만 크로노미터 인증을 수여하던 영국 KEW 천문대로부터도 A등급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았다. 손목시계로는 최초였다. 지금까지도 전 세계 시계 브랜드 중 크로노미터 인증을 가장 많이 받은 브랜드가 롤렉스다. 롤렉스의 오이스터 라인 (프로페셔널 라인 포함) 제품 100%가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인증기관(COSC)으로부터 인증을 받는다. 제품 전체가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는 일도 브랜드 중 유일하다. 이러한 공식 인증은 롤렉스 시계의 내구성이 최고 수준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세계 최초의 방수 시계 창업자 빌스도르프는 손목시계의 일반화를 위해 ‘정확성’ 못지않게 ‘실용성’ 도 중요한 요소라고 여겼다. 그는 1926년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오이스터(Oyster)라는 이름의 세계 최초의 방수·방진·밀폐 시계를 개발했고 특허까지 얻었다. 오이스터는 케이스는 이음새가 없도록 금속을 통째로 깎아 만들었다. 또 태엽을 감고 시간을 조정하는 시계의 용두(크라운)도 철저히 밀폐시켰다. 잠수함 해치처럼 나사 형태로 2중·3중으로 잠그도록 고안해 물과 먼지가 시계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었다.

 

세계 최초의 자동 태엽 시계 1931년 빌스도르프는 새로운 방식의 시계를 선보였다. 자동 태엽 메커니즘의 원조가 되는 영구회전자(perpetual rotor)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 것. 이 방식은 손목의 움직임으로 태엽이 감길 수 있게 한 것으로, 시계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롤렉스가 이 기술을 선보인 이래 현재까지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는 ‘오토매틱’이라 불리는 이 기술을 택한다.

 

세계 최초의 날짜·요일 표시 시계  45년 날짜가 자동으로 맞춰지는 ‘데이트저스트(Datejust)’ 시계를 탄생시켰다. 또 56년엔 날짜와 요일이 표시되는 ‘데이-데이트(Day-Date)’ 시계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의 전문가용 시계  53년엔 수심 100m까지 방수 방압 가능한 최초의 스쿠버다이버용 시계 ‘서브마리너’가 탄생했다. 또 요트 선수들이 카운트다운 시간에 따라 설정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요트-마스터’는 세계 처음으로 특허를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2007년 통신·항공우주 관련 과학자들을 위해 만든 ‘밀가우스’가 있다. 1000가우스의 강한 자기장이 있는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제품이다.

 

에베레스트 첫 등정 때도, 마리아나 해구 탐사 때도

 

롤렉스는 세계의 역사적인 순간을 종종 함께했다. 27년 런던의 여성 속기사인 메르세데스 글릿즈가 영불해협을 헤엄쳐 횡단한다는 소식을 들은 빌스도르프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에게 방수 시계인 오이스터를 협찬하는 것. 글릿즈는 15시간15분에 걸쳐 영불해협 횡단에 성공했고, 그가 찬 롤렉스 시계는 아무 이상 없이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이는 시계 업계에서 신화가 됐다. 이후 빌스도르프는 데일리 메일지를 통해 방수 손목시계의 성공을 홍보했고, 롤렉스 오이스터의 존재를 전 세계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

 

53년 힐러리경과 존 헌트경이 이끄는 등반대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을 때도 오이스터가 주목을 끌었다. 등반 중 심한 충격이나 온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등반대원 13명의 팔목에 감긴 시계는 계속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역사적인 등반은 롤렉스가 탐험가들을 위한 프로페셔널 모델 ‘익스플로러’를 출시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60년엔 심해에서 빛을 발했다. 스위스 출신의 해양학자이자 엔지니어인 자크 피카르는 미 해군의 잠수정을 타고 마리아나 해구(수심 1만916m)까지 잠수하는 역사적인 심해 탐사에 성공한다. 마리아나 해구는 가장 깊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롤렉스는 당시 잠수정이었던 트리에스테의 외벽에 실험용 시계인 ‘딥씨 스페셜’을 장착시켰다. 그리고 이 특수 시계는 ㎠당 1t이 넘는 강력한 수압을 견뎌내며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정확한 시간을 보여줬다.

 

환경·탐험·기술 등 모험 정신 응원 ‘롤렉스 어워드’

 

창업자인 빌스도르프는 타계하기 전, ‘롤렉스 인스티튜트’ 재단을 설립해 롤렉스 이익금 중 일부를 제네바 시에 기증하도록 했다. 고객으로부터 얻은 이익금을 사회로 환원하는 게 목적이었다. 또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롤렉스 어워드’와 ‘롤렉스 사제 예술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롤렉스 어워드’는 76년 ‘오이스터’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상이다. 진취적인 모험 정신으로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려는 이들을 지원한다. 과거의 업적에 대해 평가하는 다른 어워드와는 달리,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현재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완성하려는 개인을 발굴하는 것이 특징. 수상은 문화유산, 환경, 탐험과 발견, 기술 및 혁신, 과학 및 의학 등 5개 분야에 걸쳐 이뤄진다. 수상자 5명에겐 각 10만 달러와 골드 롤렉스 시계, 준수상자 5명에겐 각 5만 달러와 스틸&골드 롤레조 시계를 준다.

 

‘롤렉스 사제 예술 프로그램’은 남다른 가능성을 가진 젊은 예술가들이 같은 분야의 거장들로부터 일대일 지도를 받는 프로그램이다. 또 함께 1년 동안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상은 무용·영화·문학·음악·시각예술 등 5개 분야로 격년제로 진행된다. 대상자 6명에게는 각 5만 달러의 지원금도 추가로 준다. 

 

문화·스포츠계 스타들 홍보 대사로

 

롤렉스의 홍보 대사로 활동하는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

롤렉스에는 ‘테스티모니(testimonee·홍보 대사)’라는 존재가 있다. 롤렉스의 광고 모델로 등장하면서 브랜드의 장점을 알리는 문화·스포츠계의 유명 인사들이다. 그리고 이 중에는 행사나 대회에서 롤렉스의 후원을 받는 인사들도 있다. 현재 ‘테스티모니’는 30여 명이 넘는 수준. 예술계에선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플라시도 도밍고, 정상급 소프라노 세실리아 바르톨리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스포츠계에선 더 쟁쟁한 이름을 열거할 수 있는데 로저 페더러(테니스)·오초아·소렌스탐·구센(골프)·자라 필립스(승마) 등이 모두 롤렉스와 함께하고 있다.

 

최근 광고에선 2007 미스 유니버스 1위인 리요 모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아름다움과 당당함을 고루 갖춘 이미지가 ‘오이스터 퍼페추얼-데이트저스트’의 특별판과 맞아떨어진 것. 다이아몬드로 수놓은 시계의 다이얼 문양과 세계 최고 미녀의 화려함이 조화를 이룬 광고였다.

 

정품·짝퉁 구별하는 법

 

롤렉스 시계가 정품인지 확인하려면 제품 외 세 가지가 꼭 있어야 한다. 보증서, 빨간색 리얼실(Real Seal) 메달, 녹색제조번호 메달이 바로 그것. 이 외에도 정품에는 짝퉁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정품은 로고의 왕관마크가 작고 옆에서 보면 약간 볼록하다. 또 크라운의 잠금 상태가 매우 부드러운 것도 짝퉁과 다른 점이다. 스위스 명품시계 중 기계식 시계는 스위스 크로노미터 공인 기관(COSC)에서 인증받은 제품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반드시 공식 인증서나 제품보증서가 함께 있는 제품인지를 확인하는 게 좋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식별법으로도 구분하기 힘든 정교한 짝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공식 판매점을 통해 구입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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