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이라는 말

2015. 6. 30. 08:50살며 생각하며...

 

 

 

'첫'이라는 말


한 무리 펭귄들이 차디찬 바다 앞에서 머뭇거린다.
한 마리 펭귄이 뛰어든 다음 다른 펭귄들도 잇따라 그 뒤를 따른다.​
첫 펭귄은 한 마리 뿐이다.
누군가 등을 떠밀어 바다로 떨어진 것은 아니다.

남극에 첫 깃발을 꽂은 아문센처럼 21C를 걷는 발자국은 어디서든 첫 펭귄이다.

사랑은 내딛고 나면 거기가 처음이고, 이별은 내딛고 간 발자국 뒤따라가는
다른 첫 발자국이다.
아프다고 혼자 짓는 눈물도 그 아픈 발자국에서는 처음이다.
그래서 지나간 아픔보다 지금 아픔이 더 아프다.

​ - 문정영, 시 '첫 펭귄' 중에서 -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드는 첫 사람과
개척되지 않은 곳을 밟아보는 첫 걸음과
막 사랑에 눈을 뜬 첫사랑.
'첫'이라는 말에는, 얼마나 많은 두려움과 망설임과 설렘이 담겨있을까요.
어설프고 미흡하지만, '첫'은 참신함과 신선합니다.
노련함이나 익숙함은 모두 첫 경험 뒤에야 얻어지는 것입니다.
그 첫 마음을 잊고 안주하려는 일상이
조금은 부끄럽고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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