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청계천 복원

2005-12-15 09:45:18 입력

47년만에 열린 '깨끗한' 물길   상권 부활. 도심의 생태보고        수도 서울의 심장부를 가로지르는 청계천의 물길이 10월1일 47년 만에 다시 열렸다.    1958년 콘크리트로 복개되면서 맥이 끊겼던 청계천이 반세기 만에 다시 깨끗한 물을 토해 내기 시작한 것이다.    개통 이후 복원 구간 5.84㎞를 포함한 청계천 일대에서는 가히 '상전벽해'의 대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콘크리트로 뒤덮였던 청계천이 물고기와 새가 노니는 생태하천으로 다시 태어나자 주변 상가촌도 자동차 매연과 소음에 찌든 세월의 때를 하루가 다르게 벗겨내고 있다.    또 인근 상권이 되살아나면서 주변 부동산 개발이 활기를 띠는가 하면 다양한 거리예술가(버스커) 공연에 힘입어 청계천 일대가 새로운 '문화지대'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 청계천 복원까지 = 청계천 복원은 2002년 민선 3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면서 세인의 관심을 끌기 시작됐다.    이 시장은 취임 즉시 청계천 복원에 착수, 불과 1년 후인 2003년 7월 청계고가도로 철거를 완료함으로써 역사적인 청계천 복원의 기틀을 다잡았다.    우려했던 도심부 교통 대란은 교통체계 개편으로 그럭저럭 피해갔지만 청계천 주변 상인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거셌다.    시는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격렬히 반대하는 상인들을 무려 4천200여 차례나 만나 대화하고 설득한 끝에 '소극적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또 다른 암초는 청계천 복개 구조물 아래 잠들어 있던 각종 문화재였다.    복원 공사로 문화재가 훼손된다는 우려가 시민단체와 문화계 일각에서 끊임없이 제기됐고 급기야 이 시장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까지 했다.    공사 막바지에는 청계천 복원을 진두 지휘해온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재개발 관련 수뢰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터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청계광장에서 고산자교에 이르는 5.84㎞의 복원 구간에 광통교, 삼일교, 오간수교 등 22개 다리가 놓이고 정수 과정을 거친 한강 물과 지하수가 청계천에 다시 흐르게 됐다.    ◆ 도심 '관광 명소' '문화의 공간'으로 = 청계천은 개통 58일 만인 11월27일 '방문객 1천만명'을 돌파, 서울 도심의 휴식 공간이자 새로운 관광 명소로 빠르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25만명 가량이 외국인 관광객일 것으로 추정되는 점은 청계천이 지닌 관광 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청계천의 '트레비분수' 팔석담(八石潭)이 있는 청계광장과 오간수교 일대, 광교∼장통교 구간 등은 많은 시민들의 발길을 잡아 끌며 청계천의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청계천변의 헌책방, 의류.신발점, 음식점 등 상가와 동대문시장, 숙박업소 등은 개통 이후 찾아온 '청계천 특수'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팬터마임, 피에로, 통기타.아코디언.색소폰 연주, 캐리커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청계천의 매력이다.    서울문화재단의 주도 아래 선발된 거리예술가들이 연중 내내 청계천변 곳곳에서 공연을 벌이기 때문이다.    복원된 청계천은 도심의 생태 보고(寶庫)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청계천을 관리하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조사한 결과,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백로, 피라미, 버들치, 잉어, 떡붕어, 쇠뜨기, 명아주, 달맞이꽃, 강아지풀 등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전국서 하천 복원 '바람' = 청계천 복원은 전국 각지에 하천 복원의 불을 댕겼다.    우선 환경부가 2015년까지 복개나 하천 개량사업 등으로 훼손된 전국 하천의 25% 가량를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의 성북천과 정릉천에서도 복원화 사업이 진행중이고 은평구는 불광천을 친수하천으로 새 단장할 계획이다.    부산의 대표적 도심 하천인 온천천의 경우 낙동강 원수를 수혈받아 이미 하천 기능을 상당 부분 회복했고 남아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도 2008년까지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그밖에 수원시는 수원천의 복개 구간 일부를 되살릴 방침이고 포천시도 공장 폐수로 수질이 악화된 포천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재정비하기로 했다.

김서중 기자(ipc007@nate.com) 김서중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