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과 어우러진 박물관 메카
2006. 8. 19. 10:24ㆍ정보 얻어가는 즐거움
비경과 어우러진 박물관 메카 | |||||||||||||||||||
[줌업! 지방시대] 강원 영월 박물관고을, 관광 상품 각광 | |||||||||||||||||||
영월군 하동면 와석리 조선민화박물관. 관람객들이 민화해설자 지순자(48) 씨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호랑이는 단군신화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과 깊은 관계를 가진 동물이에요. 선조들은 가죽과 발톱 등 호랑이의 신체 일부를 장식물로 사용하기도 했죠. 우리 선조들은 호랑이가 풍재, 화재나 기근, 병란으로부터 보호를 해준다고 믿었습니다. 조선시대 때는 해마다 정초가 되면 궁궐이나 민가의 대문, 또는 집안 곳곳에 호랑이 그림을 붙였다고 합니다.”
지씨는 호랑이 민화 앞에서 관람객에게 마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수하게 설명을 곁들인다. “호랑이 눈을 한번 보세요. 어때요? 마치 나를 바라보는 듯 자리를 이동해도 시선이 따라다니죠.” 지씨의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오석환 관장은 “단순히 민화 전시보다는 관람객이 민화를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는 것이 주된 임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각. 폐교된 문포초등학교를 개조한 북면 문곡리의 ‘곤충박물관’은 아이들이 내지르는 탄성에 떠나갈 듯 시끄럽다.
“이거 교과서에서 봤던 것과 똑같아요. 이름이 뭐예요?” 한 어린이가 손바닥에 올려진 살아 꿈틀거리는 곤충을 보며 흥분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이영암 관장이 “이게 바로 장수풍뎅이란다”라고 답하자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이 일제히 커진다. “진짜요? 우아, 대단하다!”라며 탄성을 내지르는 아이들의 입이 좀처럼 다물어지지 않는다. 또 다른 어린이는 “어, 여기 나방에 원숭이 얼굴이 그려져 있어요”라며 나비와 나방 표본을 들여다보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들은 1억5000만 년 전의 잠자리 화석에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곤충박물관은 지난 2002년 문을 열었다. 4개의 전시실에 3만여 종에 가까운 곤충이 전시돼 있다. 이 박물관은 지금까지 40여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영월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다른 곳에는 없다. 오직 영월에만” 영월에는 조선민화·곤충·동강사진·책 박물관을 비롯해 난고 김삿갓 문학관, 국제현대미술관, 별마로 천문대, 묵산미술관, 단종역사관 등 현재 총 9개의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자연·역사·과학·지식·예술 등 주제별로 다채롭게 꾸며진 것이 특징. 저마다 영월의 비경과 잘 어우러지는 테마다.
이런 구성은 외지 관람객의 관심을 유도했다. 지난해 영월 박물관고을을 찾은 관람객은 120여만 명. 수해 피해가 극심했던 2002년을 제외하고 매년 100만 명 이상이 박물관을 찾은 것이다. 단순히 자연경관을 관람하기 위해 영월을 찾는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컸지만 박물관의 특화된 프로그램은 관람객 유치에 큰 힘을 발휘했다.
특화 프로그램의 대표 주자는 조선민화박물관과 영월 곤충박물관. 민화에 얽힌 갖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관람객에게 전해주는 조선민화박물관의 경우 평일 하루 1000여 명이 찾는다. 박종삼(40·수원시 영통구) 씨는 “아이들의 교육 차원에서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았지만 오히려 내가 우리 선조의 삶과 지혜를 배우게 됐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총 3000여 점의 민화를 보유하고 있어 정기적으로 민화를 교체, 관람객이 다시 찾도록 유도하는 것도 인기 비결이다. 교육적인 요소가 가장 큰 영월 곤충박물관의 경우 학술적인 가치도 높다. 총 5개의 전시실에 3000여 가지의 각종 곤충 전시는 물론 부설 ‘동강곤충연구소’를 통해 영월에 서식하는 각종 곤충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고 있다. 교육적 효과를 넘어서 학술박물관으로도 인정 받을 정도로 정평이 높다. 박물관 20여 개로 늘릴 계획 지난해 영월읍 하송리에 문을 연 ‘동강사진 박물관’이 대표 사례. 사진 800여 점과 클래식 카메라부터 디지털 카메라까지 130여 점을 전시하고 있는 이곳은 한국 최초의 공립사진박물관이다. 영월군은 해마다 여름이면 ‘동강사진축제’를 개최한다. 2001년부터 시작된 사진 축제는 올해로 다섯 번째. 단순한 지역축제로 보면 곤란하다. 사진전과 워크숍, 사진상 시상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함께 열린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20개국 대학생 150여 명과 교수들이 국제 대학생 사진 캠프에 참가했다. 올해는 비 피해로 인해 행사가 다소 위축됐지만 지난 7월 22일부터 31일까지 10일 동안 1만3000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영월 박물관들의 순회전시도 박물관고을의 인기를 높이는 핵심 프로그램. 지난해 11월에 파주 헤이리 북하우스와 대구대학교 중앙박물관에 7개 박물관이 합동으로 전시품들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조선민화박물관은 지난 1월 정부 과천청사와 인천 부평역사에서의 전시로 주목을 받았다. 또 8월 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3층에서도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영월군 지역혁신단 박정국 계장은 “순회전시를 통해 서울 등 많은 지자체와 시민이 영월 박물관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영월군은 박물관고을로 거듭나기 위해 2015년까지 10여 개의 박물관을 추가로 유치할 예정이다. 자연과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특성 있는 테마박물관을 통해 우리나라 최고의 박물관 마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 계장은 “최근 비 피해로 인해 관람객이 줄고 있지만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관람객을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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