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의 '창조시대' … 위조를 넘어 창조까지

2006. 8. 20. 20:08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짝퉁의 '창조시대' … 위조를 넘어 창조까지

'짝퉁의 전성시대'가 중대한 갈림길에 접어들었다. 경찰이 짝퉁과 가짜 명품과의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도 20년 가까이 번창해온 짝퉁 문화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짝퉁문화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사실 90년대초 `짜가(가짜)가 판 친다'는 노래가 유행할때 어느 누구도 자신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하는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10여년뒤 가짜는 진짜로, 진짜는 가짜로 자리를 바꾸면서 명품과 짝퉁의 경계선은 허물어져 버렸다.

△짝퉁이면 어때요?=샤넬, 구찌, 루이비통, 버버리…. `이 정도는 나도 안다'며 뿌듯하게 생각하는 당신은 40대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페라가모, 랄프로렌, 아르마니까지 들어본 당신은 30대 이상, 물론 당신들은 살림살이는 중산층 또는 그 이하일 것이다.

적어도 앞서가는 20대 여성이라면 돌체&가바나, 끌로에, 트루릴리젼 정도는 알아야 유행을 선도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개에 200만원 하는 가방, 100만원짜리 청바지, 30만원 하는 액세서리를 사기는 만만찮다.

“뭐하러 진짜 사나요? 인터넷에 널린 게 짝퉁인데.” 직장인 박모(28·여)씨. 박씨의 인터넷 쇼핑은 주로 짝퉁상품 구입에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쓰던 짝퉁을 다시 인터넷에 올려 되파는 일도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박씨는 “온라인쇼핑몰과 경매사이트에는 무슨 무슨 명품스타일이라고 하는 상품이 넘쳐난다”며 “짝퉁을 명품으로 속아 샀다가 망신당한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 없는게 없는 짝퉁의 세계=의류나 신발, 가방 등 신변잡기가 주류를 차지하던 짝퉁의 영역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에는 일본산 불량 오토바이 177대를 감쪽같이 정식 제품으로 둔갑해 판매한 일당이 부산에서 적발됐고 3월에는 120만조가 넘는 중국산 싸구려 안경렌즈를 유명 일제 렌즈로 바꿔 판 일당이 잡히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짝퉁 상품들이 유명한 인터넷 쇼핑몰과 경매사이트 등을 통해 버젓이 판매된다는 것이다. 경기지방경찰청이 지난 4월 검거한 짝퉁 판매일당은 버버리 등 32개 브랜드 15만여점의 상품을 국내 대형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유통시켰다. 정품가액으로는 200억원이 넘는 액수다.

△ 위조를 넘어 창조까지=우리나라의 짝퉁문화는 외국 명품에 대한 일방적 베끼기를 거부하기에 이르러 마침내 스스로 명품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유럽황실 한정 판매용으로 선전하면서 연예인과 부유층 등에 최고 1억원에 팔린 가짜 명품시계 `빈센트 앤 코' 사건은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명품선호문화와 함께 가짜 명품의 `기술수준'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수원 모 백화점 관계자는 “(빈센트 사건뒤)구입한 명품이 진짜인지를 물어보는 전화가 많이 왔다”며 “경기불황탓에 고전하던 신생 브랜드들은 더욱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짝퉁 수사를 여러번 해봤지만 아예 없던 상표를 만들어서 판 것은 이번에 처음 봤다”며 “(이런 사례가) 또 없으리라곤 장담할순 없지 않냐”고 말했다.

경인일보 이성호·이윤희 기자 starsky@kyeongin.com/노컷뉴스 제휴사 *위 기사의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경인일보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