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강진 `와보랑께박물관`-옛날 물건 가득

2006. 8. 23. 23:58내고향강진의 향기

"오매 존거! 밸시런 박물관 한번 와보랑께"
구수한 전라도사투리 가득~ '와보랑께박물관'... 옛날 물건도 볼거리
  이돈삼(ds2032) 기자   
▲ 별 것들을 다 모아놓은 강진 '와보랑께박물관'. 건물 벽에는 전라도 사투리들을 걸어 놓았다.
ⓒ 이돈삼
"시상에 먼 일이까이. 여그 옹께, 진짜 전라도 옹 것 같구만이. 암사타낭께 언능 와보랑께~. 오매 존거!"(세상에~! 여기 오니까 진짜 전라도에 온 것 같네. 아무렇지도 않으니 얼른 와보세요. 정말 좋네!)

'남도답사 1번지'로 알려진 강진군에 있는 '와보랑께박물관'. 전라도 사투리와 함께 없이 살았던 그 때 그 시절에 쓰던 생활용품이 즐비한 곳이다.

주인 김성우(60)씨는 박물관을 다짜고짜 '얼척 없는 데'(어이 없는 곳) 라고 소개한다.

"사람들이 읽어봄서 좋아라 하제. 오매 인자 안 쓰는 말인디 함서. 전라도 아닌 딴디 사람들도 뭔 말인지 잘 모름서도 재밌어라 허고…."

지금은 사투리 쓰는 사람들도 많이 사라지고 그 정겹고 재미있는 말들도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생각나는 대로 하나 둘씩 써놓았다는 전라도 사투리.

공통어나 표준어와는 다른, 남도 특유한 단어나 언어적용법인 사투리가 이곳에서는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다.

"오매 사삭스렁거."(엄살 부리고 있네)
"기여, 안 기여?"(맞는 것이냐, 틀린 것이냐?)
"모냥이 밸시럽드랑께."(모양이 이상하게 생겼구나)
"올랑가 말랑가 으짤랑가."(올 것인지, 말 것인지 말 좀 해보소)
"글 안 해도 물어볼락 했는디…"(그렇지 않아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리 뽀짝 와바야."(이리 가까이 와봐라)
"오매 왜 그라요."(어머 왜 그러세요?)


▲ 항아리, 수석 등과 어우러진 박물관. 전시품은 컨테이너 건물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이돈삼
▲ 박물관 전시실 안. 먼지가 내려앉은 옛 생활용품들의 모습에서 정겨움을 느낄 수 있다.
ⓒ 이돈삼
여기 저기 아무렇게나 써놓은 것 같은 사투리가 웃음을 자아낸다. 재미있다 못해 웃으면서 넘어질 지경이다. 더 이상 '교양 없는 사람들'이 쓰는 말도 아니다. 놀림의 대상도 아니다. 우리 문화를 풍부하게 살찌우는 자산이다.

전라도 사투리로 도배해 놓은 컨테이너 건물 안에는 또 오래된 생활용품들로 빼곡하다. 보기 좋게 정리해 놓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먼지가 내려앉아 있는 모습에서 더 정겨움이 느껴진다. 하나의 전시장으로 손색이 없다.

전시품은 몇 십 년 된 생활용품과 농기구들이 대부분이다. 특별하거나 값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빠르게 변해온 우리의 생활에서 너무 쉽게 잊혀지고 밀려나버린 것들이다.

자신이 자취생활하면서 쓰던 곤로를 비롯해 밥그릇, 술잔에서부터 먼 추억 속의 얘기가 되어버린 홍두깨, 수세미, 풍금, 옛 전화기, 담배(청자, 봉초, 새마을 등), 수동계산기, 타자기, 흑백텔레비전, 녹음기, 미군정기 교과서 등 우리의 지나온 생활사가 담긴 물건들이다. 대략 3000여 점에 달한다고.

▲ 박물관 주인 김성우씨가 홍두깨를 들고 그것의 용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돈삼
'병영성지'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볼거리 하나를 더 주기 위해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는 게 김씨의 얘기. 병영성지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 호남 일대를 지키던 육군의 지휘부다. 이곳에 성벽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지금 복원공사를 하고 있다.

정원엔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심어놓았다는 해바라기와 봉숭아, 조롱박, 나리꽃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재미나게 띠를 익힐 수 있는 석상들도 줄지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을 그냥 볼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왔다가 실망할 수도 있응께. 일삼아 오지는 마쇼. 그냥 강진 지나는 길에 부담 없이 한번 와 보쇼. 와 보랑께."

순박하게 웃으면서 던지는 그의 말이 정겹게만 다가온다.

▲ 오래 전에 쓰던 다이얼식 전화기. 예슬이가 다이얼을 돌려 실제 전화를 걸어보고 있다.
ⓒ 이돈삼
▲ 한 켠에 서 있는 석상들. 슬비는 이것들을 보며 띠에 얽힌 얘기까지 풀어냈다.
ⓒ 이돈삼
'와보랑께박물관' 찾아가는 길(전라남도 강진군 병영면 도룡리)

호남고속국도 서광주 나들목에서 나와 나주와 영산포, 영암을 거쳐 강진방면으로 간다. 월출산 천황사 입구를 지나 청풍삼거리에서 옴천, 병영, 장흥방면으로 우회전한다(직진은 강진, 완도방면임).

돈밧재를 넘고 옴천저수지, 옴천버스정류장을 거쳐 병영외곽도로를 타면 된다(장흥 방면). 서해안고속국도를 탈 경우 목포 나들목으로 나가 독천(영암)과 성전, 작천을 거쳐 병영으로 가면 된다.

문의 : (061)432-1465, 011-666-1466
2006-07-25 14:22
ⓒ 2006 OhmyNews
출처 : 조명래
글쓴이 : 야생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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