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회담이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나눈 최상의 회담이었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이 강조한 것은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한미FTA·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한 지지,
그리고 한미동맹은 미래에도 계속 강력한 관계로 남을 것이며 그것이 양국 모두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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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그레그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이 15일 워싱턴 코러스하우스에서 국정브리핑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
1989년부터 4년간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Donald P.
Gregg) 코리아 소사이어티(The Korea Society) 회장 겸 이사장은 15일 코러스하우스(주미대사관 문화홍보원)에서 가진
국정브리핑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지난 14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특히 “정상회담의 의제를 폭넓게 잡은
게 현명한 결정이었다”며 “북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이슈들을 다뤘다”고 한미정상회담을 호평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미 정상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합의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이 6자회담 재개에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겠는지를 묻자
그레그 회장은 “나는 그들이 논의한 내용 중 일부만 알고 있는데 더 나은 협력은 언제나 유용하다”며 “만약 그러한 의도가 있다면, 그리고 새롭고
효과적인 접근방안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나는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 위해 ‘강한 한국’
강조했다”
그레그 회장은 14일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노 대통령이 영빈관으로 초청한 미 여론주도층 인사들과의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눈 대화를 소개해달라고 하자 “나는 노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한국이 강할 때 중일관계는
안정적이었으며, 한국이 약할 때 양측으로부터 문제를 끌어들인다’고 말한 부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나는 그가
동북아시아의 지역평화와 안정을 위해 강한 한국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노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매우 중요시하며 계속
강력한 관계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나 또한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전문가로서 최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문제와 한미FTA 추진 등을 통해 변화하고 있는 양국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고 물었다.
한미동맹 건강하며 앞으로도 계속 번영할
것
그레그 회장은 “역동적인 두 나라의 관계변화는 불가피하다”며 “한미동맹은 지나치게 오랜
기간 냉전시대의 질서에 갇혀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두 나라에게 적대적일 필요가 있는 화해가 불가능한 적으로
비쳐졌다”며 “북한에 대한 인식은 특히 한국에서 변화됐다”고 말했다. 또 “물론 모든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국
전쟁을 기억하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북한에 대해 똑같은 인상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특히 젊은 한국인들이 평양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은 크게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또 “미국의 정권변화 또한 이 과정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우리는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이루고 있었다. 조명록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이 정점이었다. 그는 후일 북한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합의에 도달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그가 보다 많은 시간을 가졌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클린턴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나눴던 대화를 실행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문제들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그레그 회장의 설명은 계속 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 문제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남북한 모두에게 이러한 변화는 이해하기 힘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에는 좀 시간이 필요하다. 내 생각에는 한미
동맹관계는 매우 건강하다. 활발한 민주주의가 숨쉬는 두 나라에서 논쟁적인 이슈들이 등장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을 이해해야만 한다. 우리는
과거에도 그러한 문제들을 갖고 있었고 현재도 갖고 있으며 미래에도 다른 이슈들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나는 한미동맹관계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
앞으로도 계속 번영할 것이라는 분명한 확신을 갖고 있다.”
표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일부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은 매우 건강한
관계이며 강력한 관계라는 그레그 회장의 평가는 인터뷰 도중 여러 번 반복됐다.
그는 국정브리핑과의 인터뷰에 앞서 코러스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나는 한미관계에 대해 일부 회의가 존재하며 많은 문제들이 표면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미국은 가장 가까운 맹방인 영국과도
문제가 있다. 현재의 문제들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낙관론을 피력했다.
이에 앞서 그레그 회장은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에 돈 오버도퍼(Don Oberdorfer)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공동으로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포괄적인
추가 제재는 이미 한반도를 둘러싼 위험한 상황을 새로운 긴장 상태로 몰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 이유를 물었다.
대북 추가제재는 북 핵실험 가능성
높인다
“제재는 역사적으로 많은 경우에 역효과를 낳는 매우 조악한 수단이다. 한반도에서도
제재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목할 만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추진한 금융제재를 이유로 회담 복귀를 기피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이 1994년 체결된 제네바합의를 통해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제재는 미국과 북한을 분리시키는 차이와 불신, 무지를
증대시킬 뿐이며 우리의 목표여야 하는 6자회담 재개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나는 앞으로 제재가 추진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북한을 제재하라는 커다란 정치적 압력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며 “나는 또한 제재가 북한이 매우 불행한 결과를 낳을
핵실험을 자행할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은 14일 이 문제를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4차례
북한을 방문한 바 있는 그레그 회장은 지난해 8월 북한을 방문한 후 미국과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
사이에 신뢰가 생기기 시작했다며 6자회담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이후 6자회담은 9·19 공동성명을
도출해내기도 했지만 다시 교착국면에 빠져 있는 상태다. 그레그 회장이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을 갖고 있는지
질문했다.
그는 “나는 신뢰가 증진될 수 있는 환경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많은 것들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고, 불신은 깊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좋았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그레그 회장은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는 많은 제스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만 한다”며 “예를 들어 부시 대통령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북한에 보내기로 결정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한 행동은 엄청나게 의미 있는 진전을 가져올 수 있으며 대화재개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고위급 특사의 파견으로 북핵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제안을 하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 결단이 북미관계 변화시킬 수
있다
“내가 2002년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계관 부상은 ‘당신과 나는 지금으로부터 영원까지를 얘기할 수 있으나
우리가 이 문제들을 풀지는 못한다. 이 문제를 풀기에 우리의 지위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이 문제들을 풀기 위한 대화는 높은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리는 클린턴 행정부 말기 조명록 차수가 백악관을 방문하고 클린턴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을 때 그 가능성을 보았다. 클린턴은
먼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보냈다. 이 수준에서 대화가 이뤄질 때 모든 일들은 매우 빨리 진척될 수 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지금도
북미관계의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자리에 있다.”
그레그 회장은 대북포용정책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인내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는 북한에 유입되는 정보의 양을 더 늘려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견해에 동의한다. 그것은 바깥세계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그들에게 알려주게 될 것이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시라큐스
대학(Uni. Syracuse)을 통해 북한과의 정보통신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IT분야에서 일부 북한 사람들을 훈련시키기를 원한다.
우리가 일부 북한 사람들을 훈련시킬 기회를 갖게 되면, 나중에 그들은 바깥세계와 접촉하게 될 것이다. 일부 분야에서 북한은 김정일 체제에서든
다른 사람의 체제에서든 외부세계와 협력하고자 한다. 북한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국제사회에 대해 알게 되면 일들은 더 쉬워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하는 이유다.”
그레그 회장은 1951년부터 82년까지 미 중앙정보부(CIA)에서 일한 정보통이기도 하다.
북핵문제를 비롯해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과 중국의 부상 등을 통해 급변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정세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지를 물어봤다.
그는 “동북아시아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나은 정치적 역학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많은 사람들은 동아시아의
통합이 가져올 경제적 이익에 관심을 갖고 있다. 북한 문제의 해결이 바로 그 방법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는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과거에 대한 무능력,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일본과 함께 북핵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일본의 편협함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노 대통령이 지난 10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제안한 유럽의 다자안보협력을 모델로 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 구상에 대한 견해와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중심국가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는지를 물었다.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 구상에는 한국의 비전 담겨
있어
그레그 회장은 “지금까지 동북아시아에는 다자안보협력체제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때로는 상당한 긴장이
조성된 양자관계 뿐이었다”면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란 구상 속에는 동북아 지역의 중심(허브, herb)이 되겠다는 한국의 부상하는 비전이
담겨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구상은 분명히 지정학적인 배경을 갖고 있으며 점차적으로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갖게 될
것이다. 한국은 북한이 현재의 고립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면 동북아 중심 국가로서 한국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러시아와 중국 간의 좋은 관계,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 간의 우호적인 관계를 어드밴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은
어느 정도 아시아로부터는 고립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만일 북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한국은 동아시아를 거대한 경제 발전 제국으로
변형을 촉진시키는 협상자와 조정자로서의 강력한 위치를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