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의 세계

2006. 10. 31. 23:44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관세청이 가짜상품 이른바 '짝퉁' 단속에 팔을 걷고 나섰다.  가짜상품의 유통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소비자의 피해는 물론 자칫 국가 신인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짝퉁' 사용은 절도행위>

최근 3년간 관세청이 적발한 가짜상품은 모두 1,255건이다. 금액만도 8566억7800만원어치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

 

                                          ▲ 관세청에 적발돼 폐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명상표를 도용한 가짜상품


지난 해 단속실적은 1591억원으로 시계(530억원), 의류(396억원), 핸드백·가죽제품(337억원)이 전체실적의 80%를 차지했다. 상표는 샤넬이 265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로렉스(168억원), 루이뷔통(142억원) 등 유명상표가 줄을 이었다.


전세계적으로는 교역량의 7%인 5120억달러로 세계 관세기구(WCO)는 추정하고 있으며 동남아 등지에서 주로 생산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가짜상품의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은 가짜상품이 이른바 ‘저위험.고이윤’의 고부가가치 수익산업으로 인식되면서 국제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것으로 관세청은 추정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가짜상품 제작으로 벌어들인 자금이 범죄조직에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이 우리나라를 가짜상품 감시대상국으로 지정했고,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도 한국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가운데 최대 위조상품 수출국으로 낙인찍었다.


선진국의 지속적인 지식재산권 보호요구로 통상압력이 가중되고 국가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정부가 짝퉁유통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면 국가 신인도에 커다른 영향을 주게되고 집중 단속을 통해 가짜상품 유통국가라는 오명을 씻어내야 한다는게 관세청의 판단이다.


최근에는 국내기업들도 가짜상품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MP3플레이어, 휴대폰, 에어컨, 자동차 등 한국제품이 잘 팔린다 싶으면 여지없이 중국등지에서 가짜상품으로 유통돼 우리기업에게 손실을 끼치고 있다.


가짜상품 사용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 국내에 유통되는 가짜 의약품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며 가짜 자동차 부품은 안전운행에도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대규모 짝퉁 적발>

부산경남본부세관은 중국에서 러시아로 환적되는 화물중 가짜 유명상표(나이키, 아디다스, 퓨마 등)가 부착된 다량의 물품을 발견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가짜 상표가 부착된 물품은 신발 및 의류 등 약100만점으로서 이 물품의 진정상품 가격은 시가 약 1천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화물은 2006. 4월 말부터 5월 초순까지 중국에서 러시아로 환적하기 위하여 부산항에 반입된 단일화주 명의의 화물로서 40피트 컨테이너 44개 중 일부에서 가짜유명상표 부착 또는 상표표시가 없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건 화물은 단순히 선박을 바꾸어 나가는 일반적인 환적화물(선박 T/S)과는 달리 내품을 모두 적출하여 다른 컨테이너에 다시 적입하는 내품 T/S의 형태로서 물품의 선하증권(B/L)의 선적지를 BUSAN KOREA로 하고 건축자재 및 화공약품으로 위장함으로써 마치 한국산 건축자재 등이 러시아 및 유럽에 수출하는 것인 양 위장했다.


부산세관은 이러한 물품이 해외에서 유통될 경우 대외적인 신인도에도 심각한 우려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들의 여죄를 밝히는데 집중하고 있다.

 

 

        

▲적발된 물품들



<세계 각국도 가짜상품 추방에 전력>


중국 상하이 관광에 나선 외국인들이 꼭 한번 들러보는 곳이 시앙양(襄陽) 시장이었다. 이 곳이 유명한 까닭은 전세계 유명브랜드를 모방한 가짜상품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루이뷔똥과 구찌, 사넬 등의 가죽제품과 의류, 운동화, 만년필, 골프용품까지 전세계의 가짜상품은 모두 이곳에서 만날수 있다.


관광객들에게 이름을 떨치던 이곳 시앙양시장은 그러나 더 이상 예전의 그 시장이 아니다. 중국당국이 가짜상품으로 유명한 이곳 시장을 지난해 철거했기 때문이다.

흔히 '짝퉁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중국이 이처럼 가짜상품 추방에 나선 것은 단 한가지다. 상표권 보호를 통해 중국 국가 이미지를 높여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8월 지재권을 보호관련 통지문을 발표하고 향후 상표권, 저작권, 특허권, 화물의 수출입행위 등을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가짜상품 추방에 나서고 있는 국가는 중국 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지적재산권법 조정관직을 신설하여 아시아 짝퉁시장과의 본격적인 전쟁에 나섰다. 또 외신에 따르면 뉴욕의 일부 건물 주인들은 임대 가게 곳곳에 "여기는 루이뷔통 판매를 공식적으로 허가받은 곳이 아닙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이고 '짝퉁'을 팔다 적발된 가게는 내쫓기로 약속했다.


가짜상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주요 기업들은 '짝퉁'을 파는 가게의 건물주들을 압박해 가짜상품 판매를 간접적으로 도와준 것이라며 가짜상품 판매를 원천 봉쇄토록 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가짜상품을 사는 사람에게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다. 일본도 가짜상품 판매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가짜상품을 유통시키면 징역형과 벌금형 병과하고 벌금상한을 3억엔으로 상향했다.


특히 일본의 형사처벌 강화는 우리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돼있다. 최근 일본 세관에서 적발된 짝퉁 물품 중 한국산이 50.3%로 중국산(36.7%)보다 많다.

 

관세청은 일본 세관에서 적발된 한국산 짝퉁 중 상당수가 실제는 중국에서 만들어져 한국을 거쳐간 환적물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세청의 이번 가짜상품 단속은 전세계의 조류와도 맞아 떨어지는 것으로 그동안 중국과 함께 불려왔던 '짝퉁천국'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낼 기회이기도 하다

 

 

<진짜 못지 않은 '짝퉁'의 세계>

 

소비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

지난해 3월 관세청 서울세관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가짜 가방을 진품으로 판매하는 모회사를 조사했다

서울세관은 이 회사의 물품 판매형태나 판매가격 등을 종합해 볼 때 가짜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추정했으나 회사대표는 일부 가짜상품을 판매했지만  ○○사의 가방은 진품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세관에 압수된 유명상표의 가방. 최근 압류되는

  가짜상품은 진품과 구별하기가 쉽지않도록

  정교하게 제작되고 있다


회사대표의 강력한 항의에 따라 세관은  ○○ 사의 진품감정을 담당하고 있는 여직원과 함께 가방을 구입한 대학원생과 초등학교 교사 등을 찾아 협조를 구하고 감정을 의뢰했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구입한 제품이 가짜상품이라는 것에 대해 조그만 의심도 품지 않았으며 감정 담당여직원 조차도 선뜻 가짜인지 진짜인지를 구별하지 못했다.


그 직후  ○○사는 부랴 부랴 이 회사에 있는 감정전문가 모두를 불러모아 '감정회의'를 열었고 가짜상품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세관은 조사결과 유통되는 유명상표 중 진품과 똑 같이 만들 수 있는 몇개의 제품이 있으며

이중에는 이 회사의 가방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정도다.


이처럼 최근 유통되는 가짜 의약품과 양주에 이르기까지 가짜상품의 제조방법은 날로 정교해지고 있어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과거 단순상표의 모방하는 수준에서 회사의 독특한 기법까지 따라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주의하면 가짜상품을 손쉽게 가려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다음은 관세청이 밝힌 가짜상품과 진짜상품의 구별법이다.


루이뷔통= 정품은 왁스를 먹인 특수실로 모서리나 이음새가 정교하게 손박음질 처리돼 있지만 가짜는 본드를 사용한다. 제품에 코를 가까이 대보면 본드냄새를 확인할 수 있다. 금속 부분이 지나치게 반짝거린다면 일단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구찌= 사용된 장식의 마무리가 깔끔하고 상품에 고유코드가 있는 가 있거나 가죽이 고급스러운게 진품이다. 반면 가짜상품은 가죽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고유코드가 없거나 있어도 진품과 다른 경우가 많다.


크리스찬 디올= 상의의 목부분에 붙어 있는 라벨에 원산지 표시는 반드시 프랑스. 진품 신발의 밑창은 반드시 가죽이다.


까르띠에= 버클에 폴리싱 처리가 돼 있지 않아 매끄럽지 않으면 짝퉁. 가죽제품의 경우 가짜상품은 천연가죽을 사용하지 않거나 로고가 없다.


에르메스= 진품 신발은 밑창이 붉은 가죽이며 뒷굽의 일부는 고무일 수도 있다.


샤넬= 보증서와 핸드백안쪽의 고유번호 라벨을 확인하고 안경다리 연결부분 나사가 일자가 아닌 십자면 의심.


페라가모= 진품은 의류의 안감에도 로고가 있는 천을 사용하며 태그에는 반드시 고유번호가 적혀 있다.


미쏘니= 미쏘니 특유의 갈색라벨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함. 어두운 브라운계통 라벨은 가짜가 많다.

 

에트로= 가방의 경우 독특한 문양의 선명도가 선명해야 진짜상품이다.



<짝퉁의 유통 실태>

 

가짜상품은 크게 3개 종류로 분류된다.

제조업체가 정품과 동일하게 제작했지만 납품과정에서 남겨진 물품과,

정품과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된 제품,

정품에 비해 현저히 질이 떨어지는 물품 등이다.

 

 

공항에서 여행객들의 가짜상품 반입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외국에서 제작돼 국내로 직접 반입되거나 제3국을 경유해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 국내에서 만들어진 가짜상품은 휴대품과 우편물, 특송화물 등을 이용해 외국으로 반출된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가짜상품을 만든 뒤 국내 공항이나 항만으로 반입한 다음, 제3국으로 보내는 수법을 사용하여 한국산으로 위장 수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서 유통되는 가짜상품은 주로 서울 남대문 등 대규모 재래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의류 등은 남대문 시장 등에서 별도 창고에 보관하면서 은밀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가방류와 시계류 등은 시장별로, 도매상과 소매중심으로 차별화돼 거래된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과 인터넷 카페로 급속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게 관세청의 설명.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물품도 과거 의류와 시계 등에서 의약품, 담배, 자동차 부품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어 가짜상품 단속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들 물품은 정품가격의 10%선에서 거래가 됐으나 최근 일부품목은 고급화돼 정품가격의 80% 수준에서 거래돼 진짜 상품과 시장에서 충돌하고 있는 양상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몰과 카페만해도 7000여개에 이르고 있고 개인 홈페이지 등을 이용한 가짜상품 거래까지 포함하면 거래 규모가 더 커진다"며 "이번 단속에서는 시장에서의 거래외에도 우편물, 특송화물, 인터넷 등 모든 거래형태를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적발된 짝퉁 어떻게 처분하나?>


본부세관 압수창고는 용서받지 못할 동거물(?)들이 질서정연하게 쌓여있다. 공해상이나, 부두, 앞서 말한 국제우편세관을 통해 들어온 밀수품들이다. 작은 규모는 일명 '커텐치기'라는 수법을 통해 밀수된다.

다른 물건과 물건 사이에 밀수품을 끼우는 식이다. 통관검사를 할 때 전량을 검사하지 않고, '발췌'해서 검사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심지박기'는 주로 금괴 밀수에 사용된다. 쇠파이프 안에 금괴를 넣는 방식이다. X선 투시기가 들어오면서 이런 클래식한 수법은 통하지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 아예내놓고 밀수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잡을려면 잡아보라'는 배짱이다. '45㎏짜리 금괴조끼'를 입고 버젓이 부두를 통관하는 자(?)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 보니 없는 얘기도 아닌 듯 하다.


컨테이너 안에 들어있는 밀수품은 어떻게 발견할까? 일일이 다 열어볼 수 없으니 '우범성판별기준'이란 사전 인지시스템을 활용한다. 대외비라고 하니 일부만 설명한다. 컨테이너 출하신고서와 적하목록을 검토해서 '이거 이상한데 싶으면' 해당 컨테이너를 검사한다. 예를 들어 얼마전까지 장난감만 수입하던 회사가 갑자기 마네킹으로 품종을 바꾸면 일단은 의심 대상이다. 요지는 사전 정보와 제보를 토대로 접근한다는 말이다


                             ▲'이런 술 누가 마시나'

                                시가 300만원 상당의 루이 13세 레미 마르땡


'바세콘 콘스탄틴'. 진짜라면 수억원 짜리 시계이다. 물론 짝퉁이다. '루이13세 레미마르땡'.

시가 300만원짜리 양주다, 요건 진짜다. 이런 술을 누가 마실까 하는 의문이 들 즈음, 발렌타인 30년산이 박스째로 쌓여있다. 발아래엔 구찌를 가장한 '구짜', 무늬만 루이뷔통인 '누이뷔똥'. 말로만 듣던 나이커(?)가 나란히 정리돼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평생 한번 입기도 힘들다는 그옷. 물론 짜가인 '졸랐지오 얼마니'이다. 압수창고 물품만해도 시가로 치면 수천억원대다.

                              ▲ 짝퉁 구찌와 루이뷔통. 척보면 모른다!


"하루에 1건 이상 압수창고로 들어옵니다. 창고에 들어오면 일단 목록을 확인하고 라벨작업을 합니다."

1년간 압수창고에서 근무한 조사전문관의 말이다. 밀수품은 크게 짝퉁류, 농산물류, 공산품, 식품류, 보석류로 분류된다. 이중 농산물은 검역소에 의뢰해 검역 결과가 불합격이면 폐기하고 합격이면 공매하거나 농림부로 보낸다. 뱀처럼 위험한 동물은 그 즉시 긴급폐기에 들어간다. 태운다는 말이다.


처분이라? 그 아까운 걸!


입고부터 처분까지는 통상 6개월이 걸린다. 짝퉁 의류, 핸드백, 신발은 주로 소각한다. 짝퉁 시계 같은 쇠붙이는 철공소에서 망치로 찌그러트린다. 밀수품 중 의류 등 섬유물건이 많아 90% 이상 소각한다.


"아깝지요. 그래서 의류 같은 경우는 1년에 한두번 상표권자에 기증 여부를 물어서 기증하기도 합니다.

지난해엔 그런 식으로 8천만원 상당을 복지단체에 기증했습니다. "그럼 진짜는 어떻게? " 진품인 경우 시가로 입찰합니다. 고가시계는 현장에 진열해서 경매합니다. 기타 진품은 한국보훈복지공단 세관위탁물품 사이트(www.bohunauction.or.kr)나 압류물품 사이트(www.bohunshop.or.kr)에서 전자입찰을 통해 공매하지요." 


이쯤되면 견물생심이 발할 법 한데? 아니나 다를까 담당 조사전문관도 처음에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매일 보니까 아무런 느낌이 안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폐기하지 않고 불우이웃들에게 갖다 주면 좋겠다" 라고 했다.

"밀수요? 이익은 남겠죠. 하나, 그 물건으로 손해보는 사람들을 생각해야죠."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이다.

"명품, 외국산 술담배를 사오는 사람들을 보면 저걸 왜 사왔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것도 좋은데 말이죠." 애국자다. "때론 가짜를 진짜로 알고 몰래 들여온 분도 있습니다. 안타깝죠. 저 돈으로 더 재미있게 놀면 될텐데…" '도인'다운 말이다. 주인있는 진품과 이유있는 짝퉁,그 불화는 오늘도 은밀하게 진행된다.

<관세청뉴스에서 가져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