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반떼가 아반쩌로…중국산 짝퉁 비상

2007. 2. 20. 17:16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중국 우루무치시에서 적발된 가짜 LG TV. 짝퉁제조업자들은 LG상표포장위에 이중 포장하는 수법으로 가짜 LG 에어컨과 TV를 시중에 유통시켰다.

중국산 짝퉁 제품의 범람으로 국내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산제품의 외관을 그대로 베끼거나 한국으로 위장한 중국산 제품들이 확산되고 있다. 짝퉁 제품의 종류도 제과류, 주류, 휴대전화, 자동차, 에어컨과 TV 등 소비재에서 전력기기, 철강재 등 산업재까지 다양화, 대량화하고 있다.

◆소비재에서 산업재까지=LG전자는 최근 중국 신장(新疆) 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시에서 LG 상표를 부착한 에어컨 400여대와 컬러TV 430여대가 중국 공안국 경제범죄조사대와 품질기술감독국의 공동 단속으로 적발됐다고 20일 밝혔다. LG전자는 “이번에 적발된 가짜 제품은 1.5t 트럭 27대 분량으로 총 1억7000만원(138만위안) 상당이며 중국에서 적발된 LG전자 가짜 제품 중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중국 우루무치시 품질기술감독국과 공안국 조사원들이 공장에서 제조된 가짜 LG 제품들을 적발, 품질기술감독국으로 이송하기 위해 트럭에 싣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중국 내에서 명품으로 통하는 휴대전화 ‘애니콜’과 MP3 ‘옙’ 짝퉁이 대거 유통돼 골머리를 앓았다. 자동차의 경우 GM대우의 마티즈, 현대차의 구형 싼타페에 이어 최근 쌍용차의 렉스턴 모조품까지 등장, 국내 자동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산 짝퉁은 소비재에 그치지 않고 각종 부품 소재 등 산업재까지 확산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중국산 철강재를 수입하는 한 업체가 현대제철의 검사증명서를 위조해 지하철 공사현장에 H형강을 납품한 사례를 적발해 이 업체를 고소했다. LS산전도 지난달 동남아 일대에서 유통되는 중국산 차단기와 개폐기 짝퉁 5600여점을 적발, 압수하고 관련 업체 관계자를 고발했다.

화학업계에도 유리섬유, 인조대리석 등이 중국에서 만들어져 중국이나 국내 재래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짝퉁 제품들은 외형은 국산과 거의 동일해 모조품 여부를 구분하기 어려운 반면 안정성은 크게 떨어져 건설현장 등에서 사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이 같은 짝퉁 제품이 아시아 등지에 대량 유통된 뒤 안전 사고를 일으킬 경우 국내 브랜드의 신뢰도와 이미지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여전히 미흡한 대응=코트라에 따르면 모조품에 따른 한국의 연간 수출차질액 150억달러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정부와 업계의 대응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실용신안조차 등록하지 않는 등 중국의 지적재산권 관련법이나 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발만 동동 구르는가 하면 사후조치도 사내에 특허보호과를 설치하거나 모방업체에 항의서한을 보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한상의 손세원 산업조사팀장은 “짝퉁으로 인한 산업피해액을 추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적발되지 않은 채 유통되는 모조품이 훨씬 많을 뿐 아니라 피해액을 조사하려 해도 대기업들이 이미지 때문에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현지에서 짝퉁이 발견되더라도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 직접 공개하는 일이 드물다. 대부분 현지에 나가 있는 국내 언론이나 교포, 유학생을 통해 짝퉁 제품의 유통이 알려지는 일이 다반사다.

코트라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침해 분석에 필요한 기초 통계자료조차 미비하고, 선진국과의 국제 특허분쟁에 주력한 나머지 중국에의 대응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모조품 단속 강화 등 사후조치뿐 아니라 지재권 침해 예방을 위한 사전조치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