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방에도 '짝퉁바람' 분다

금은방에도 '짝퉁바람' 분다

행정기관이 관리하는'쥬얼리'특구에도, 주택가의 작은 귀금속 판매점에도 명품 보석 가짜 열풍이 드세다. 20~30대 예비부부의 결혼반지, 젊은 연인들의 커플링, 주부들의 목에 걸린 목걸이까지. 명품 보석 디자인을 베낀 복제 상품들이 즐비하다. #1. 지난 16일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귀금속 판매점.속이 훤히 보이는 유리 진열장 안으로 각종 귀금속이 진열돼 있다. 반지, 목걸이, 귀걸이 등 족히 수백여점은 돼 보였다. 젊은 연인들이 한창 뭔가를 두고 유명 명품 보석 브랜드 B사의 반지 값을 흥정 중이다. 백화점 명품관에서 B사의 반지는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똑같은 디자인의 반지가 30여만원 안팎이다. B사 반지 옆으로 시계로 유명한 L사 디자인의 반지도 판매 중이다. L사라는 상표는 보이지 않지만, 디자인과 생긴 형태는 L사 제품이다. 최근 연예인들이 즐겨 메고 나와 인기를 얻고 있는 T사 제품과 똑같은 디자인의 목걸이도 눈에 띈다. 귀금속 판매점 점원은 "시내 중심가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지 손님이 돈을 지불하면서 유명 브랜드 디자인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면 제작을 거부하는 곳은 아마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2. 지역의 또 다른 귀금속 판매점.주택가에 있는 작은 귀금속 판매점인 탓에 반지, 팔찌 등 진열된 보석은 그리 많지 않다. 변두리에 있는 작은 귀금속 판매점이지만, 이곳 역시 L사의 반지와 팔찌 디자인을 복제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직접 점원에게 사진을 가져오면 사진 속의 반지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들어 줄수 있느냐고 문의하자, 점원은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점원은 "세공을 하는 공장에 디자인 틀만 만들어져 있으면 모든 브랜드의 디자인 대로 주문이 가능하다. 겉으로 봐선 전혀 표시나지 않게 제작해준다"고 귀띔했다. 16일 대구시와 중구청에 따르면 명품 보석 무단 복제, 판매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 행위다. 적발시 처벌 규정도 엄하다. 불법 행위 적발시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나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일부 귀금속 판매점들의 불법 복제 행위는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오프라인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이같은 유명 브랜드 보석 복제 행위에 대한 정보는 쉽게 찾을 수 있는 실정. 한 포털 사이트에서 'B사 반지 제작'이라고 검색하면 세공비, 단속에 대한 정보 등이 적힌 웹문서 10여건 이상 검색된다. 대부분의 웹문서에는 사진만 가지고 가면 귀금속점에서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과 똑같은 제품을 주문, 구입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실제 지역에서 이같은 불법 복제 행위로 인해 일부 귀금속 판매점들이 단속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시와 경찰의 합동 단속에서 중구'쥬얼리'특구에 위치한 몇몇 귀금속 판매점들이 유명 브랜드의 보석을 복제해 판매하다 적발됐다. 단속에서 10여건의 복제 보석 제품은 전량 압수됐고, 판매 업주 일부는 시정조치, 두 번 이상 단속된 판매점 업주들은 검찰에 고발조치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명품 보석을 판매하고 있는 한 업주는 "보석 복제 행위가 잇따른 것은 소비자들에게 보석 디자인 복제 행위가 불법이라는 점이 인식돼 있지 않고, 행정기관의 단속도 귀금속 부분에 대해서는 미온적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쥬얼리에 대한 상표법 침해 행위를 적발하기는 일반적인 짝퉁 상품 적발보다 두세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 단속을 나가기전 다 숨겨버려 단속이 쉽지 않다"고 했다. 한편 연중 분기별 1회씩 실시하는 지역 행정기관의 가짜 상품 단속에서 복제 보석에 대한 단속은 전체 가짜 상품 적발 건수(100여건)의 약 10~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