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유통도 이젠 인터넷 시대"

2008. 7. 9. 09:58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짝퉁 유통도 이젠 인터넷 시대" 짝퉁 판매업자 A씨 '육성증언'

길거리 자판 '저급' 짝퉁, 상가 안 깊숙한 곳엔 '특A급' 즐비
은밀한 루트로 들어와 온라인 쇼핑몰서 진품으로 둔갑하다



또다시 명품 짝퉁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내 유명 온라인 오픈마켓 ‘G마켓’이 가짜 명품을 판매한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은 것이 알려진 이유에서다.

사실 짝퉁 판매 논란은 해마다 끊이질 않고 있다. 해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eBay)가 가짜 명품 경매를 방치한 죄로 800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린 것이다.

전세계가 짝퉁 명품 판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국내 사정은 어떠할까. <시사신문>이 명품 짝퉁 판매의 현주소를 짚어 봤다.


지난 5월, 동대문 한 쇼핑몰 상가를 통해 명품 ‘헤르메스’의 짝퉁 가방을 구입했다는 A양. 그에 따르면 진품은 200만원이 넘는데 짝퉁은 그에 십분에 일인 20만원 밖에 안한다. 그래서 아는 지인을 통해 짝퉁 판매 상가에 주문을 해 상품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상품은 물론 짝퉁 중 A급 물건에 속했다.

A양의 소개로 짝퉁 가방을 샀다는 동대문 일대의 한 쇼핑몰로 취재를 위해 향했다.


노점은 떳떳하다?

저녁 8시. 동대문운동장역에 하차해 지상으로 올라갔다. 길가는 평일임에도 불구 사람들로 가득했다. 동대문 일대의 장사 시간은 대게 밤 9시에서 새벽 5, 6시 까지다. 주로 이 시간에 많은 소매상들과 관광객들이 몰려 동대문 쇼핑몰은 새벽이 더 활기차다. 길가의 노점들도 이제 막 천막을 치며 분주하게 장사 준비를 했다. 이미 장사 준비를 마친 몇몇 길거리 자판에는 문제의 짝퉁들도 보였다. 이들이 파는 짝퉁은 이쪽 세계에선 저급으로 통하거나 명품을 흉내만 낸 상품들이다.

가짜명품을 단속하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요새 상가에서는 짝퉁을 내놓고 팔지 않는데, 노점들은 이런 상품들이 불법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대놓고 짝퉁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명품 로고가 들어간 작은 액세서리부터 살짝 이니셜만 바꿔 진품을 모방한 상품도 모두 상표법 위반에 속한다.


노점들을 한 차례 둘러본 후, 문제의 짝퉁 판매 상가로 발길을 옮겼다. 쇼핑몰의 패션잡화층에 자리잡고 있는 00호. 업주는 벌써 가짜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찾아온 고객과 깊은 면담 중이었다. 대부분의 쇼핑센터가 오픈된 큰 공간에 수십개의 업체들이 들어서 있기 때문에 이들은 높게 쌓여있는 상품 뒤 좁은 공간에 앉아 조심스레 상품 상담을 했다.

상품 가격이 마음에 안든건지 조금 더 둘러보기 위한 건지 손님은 이내 일어나 상점을 빠져나갔다. 업주는 기다리며 서있던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뭐 필요한거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주문 제작도 가능


20대 후반의 젊은 업주 B씨(27)는 소개를 받은 A양의 이름을 밝히며 취재를 요청하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주변상가 상인들의 눈치가 보통이 아니라며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 그래서 좁은 공간에 기자와 함께 몸을 숨기고 앉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선 가짜 명품을 구입해 오는 유통 경로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자 B씨는 “국내 공장도 있고 도매업체를 통해 오기도 하고 수입도 되고 있다. 유통 경로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자세한 것은 말 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유통경로는 다양하다. 단적으로 지난 5월에는 가짜 명품 가방을 대규모로 해외에 밀수출하던 조직이 적발됐는데, 이들은 중국에서 만든 가짜 명품 가방을 국내로 몰래 들여와 이태원과 동대문 등에서 판매하거나 일본으로 밀수출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는 국내에 공장을 만들어 직접 운영하기도 하는데, 지난 6월19일에는 서울에 공장을 차려 놓고 해외 유명상표를 도용한 의류 등 23억 원 어치의 가짜 명품 의류를 만들어 판매한 업체가 적발되기도 했다.

동대문 쇼핑몰 잡화코너를 돌아 본 결과, 눈에 띄는 짝퉁 상품은 없었다. 그래서 진열되어 있는 짝퉁은 없는지 간혹 명품과 같은 무늬의 원단 가방이 눈에 띄는데 이런 건 괜찮은지에 대해 물어봤다.

그러자 B씨는 “다들 단속 때문에 진짜 짝퉁은 진열하지 않는다. 진열되어 있는 것은 교묘하게 상표법 위반을 피해 만든 상품들이다. 기자님도 알다시피 짝퉁들은 은밀한(?) 곳에 숨겨놓고 판매하고 있다”며 “많은 상품들이 준비되어 있고 혹시 없는 상품이 있다면 주문 제작도 가능하다”고 살며시 귀뜸했다.

그는 이어 “근래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거래가 늘기도 해서 짝퉁 판매 상가가 줄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동대문 일대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체들의 사무실이 많은데, 이들은 은밀한 루트로 들어온 짝퉁들을 창고에 쌓아 놓고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상에는 진짜 명품 사진을 올려놓고 배송은 짝퉁으로 한다고 했다.

실제 그의 말대로 짝퉁 시장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짝퉁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진품으로
팔리는가 하면 개인 블로그나 이메일 등을 통해 은밀히 사이버 공간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이버 거래를 통한 상표권 위반 사례는 2004년 19건에 불과했지만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06년에는 214건, 거래 규모만 710억6,400만원으로 매년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송혜경 기자, 2008-07-09 09: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