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에도 ‘명품 SA’가 있다

2008. 9. 2. 10:12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짝퉁’에도 ‘명품 SA’가 있다

헤이맨뉴스
2008.09.01 20:36:46

압구정동 로데오거리.휘황찬란한 밤거리는 언제나 명품으로 치장한 젊은이들로 붐빈다. 미국의 부촌거리인 ‘로데오’를 따 ‘로데오거리’라고 명명된지도 오래다. 한때는 해외 유학생들이 북적거렸고, 부유층 자제들이 거리를 메워 ‘오렌지족의 천국’이라는 유명세도 누렸다.그러던 이 거리가 변했다. 지난 3월14일 저녁 6시.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막 불을 밝힐 즈음, 이 거리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부터 청담동 사거리 방면 갤러리아백화점에 이르는 1km 정도의 노변에 대략 50여개의 노상(路商)이 줄지어 좌판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흔히 ‘노점상’이라고 할 때 떠올리는 초라한 행색의 노인네들쯤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디를 보아도 부유층 자제임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하게 치장한 젊은이들이 좌판의 주인이다. 더욱이 이들이 좌판을 벌여 한달 동안 천만원대의 수입을 올린다면 놀라 자빠질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다. 젊은연인 보따리꾼 등장압구정역 2번 출구 앞. 어둑어둑해지자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좌판을 까는 일에 한창이다. 남자가 조명을 밝히고 차에서 물건을 내리면 여자는 좌판에 흰 보자기를 깔고 남자가 날라다주는 물건을 정리한다. 물품은 이태리와 프랑스제 명품 헤어핀과 헤어밴드로 시중보다 30%정도 싼 가격이다.


사진을 찍자 여자로부터 대뜸 제재가 들어온다. “저희 얼굴 나오면 안돼요.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창피하거든요. 대학 휴학중이라는 남자는 “밤 10시까지만 하고 접는데 자리를 잘 잡아서 그런지 수입이 괜찮다. 요즘엔 여자친구까지 아예 동업자로 나섰다”며 웃었다.“생계형 노상은 없다” 부유한 유학생도 합류저녁 7시 로데오 거리 대로변. 젊은 남성 두명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이 가판의 주인임을 알아채기까지 기자는 한동안 그들의 동태를 살펴야했다. 한 눈에도 앳돼 보이는 이들은 장사꾼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세련된 외모와 패션감각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명은 좌판 옆에서 큰 소리로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고 나머지 한명은 담배를 피며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24살 동갑내기인 K씨와 L씨는 놀랍게도 미국 유학생. 유학도중 군대문제로 한국에 들어왔다는 그들은 그저 ‘심심풀이’로 노상을 시작하게 됐단다. 초등학교 친구 사이인 그들은 인근 H아파트에 사는 소위 강남 토박이들. 기자의 예상대로 그들은 ‘생계형 노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외국생활을 하면서 하나둘씩 사모은 물건들을 팔고 있는데 월 천만원 수입을 올린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품목은 지갑과 액세서리, 시계로 모두 명품이며 중고와 신제품을 같이 취급하고 있었다.가격은 품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특히 시계의 경우 중고임에도 불구하고 백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제품이 상당수라는 것은 싸구려 좌판 물건에 익숙해져있던 이들에게는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물건은 100% 현지에서 조달한다. 집에 쌓여있던 중고명품도 상당수”라는 그들은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노상이지만 싸구려는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카탈로그 통해 오리지널 제품 조달“잘하면 점포보다 솔솔하다” 로데오 인근에서 명품 노상을 하는 안모(28·남)씨의 말이다. 저녁 8시. 안씨의 가판에는 손님들이 쉬지 않고 기웃거렸다. 노상이라해서 어설픈 이미테이션을 생각하면 오산. 물품들은 명품 전문가들조차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진품에 가깝다. 안씨 역시 “이미테이션이지만 일반 짭(짝퉁)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태원에서 수년간 명품을 취급한 경험이 있다는 그는 “나는 SA(최상급 이미테이션)급만 취급한다. 기존의 짭 구별법으로는 식별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진품과 다를 바 없는 SA급의 경우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특이한 사실은 이들이 오리지널도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안씨는 “SA급을 갖다놔도 진품만을 원하는 손님이 많다. 그들에게는 따로 주문받아 물건을 조달한다”고 털어놨다. 가판대의 이미테이션은 전시용일 뿐이다. 이를 증명하듯 가판 위에는 브랜드별로 제품번호까지 적힌 카탈로그가 몇권씩 놓여 있었다. “카탈로그를 보고 특정 제품을 지목하면 그 제품을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구해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안씨는 “명품 좌판을 하려면 명품에 대해 빠삭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최신 트렌드 및 제품의 주 수요층, 연령대별 인기 품목 등 모르는 것이 없었다. 또 그는 국내 매장보다 한발 앞서 신제품들을 팔고 있었다. 그는 “외국생활을 한 사람들은 다 안다. 국내 명품매장보다 앞서 미유통 제품을 파는 것을 보면 신기해한다”며 웃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명품을 들여오는 구체적인 경로에 대해서는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일을 도와주는 유통망이 따로 있다”고만 간단히 답했다.


Street 인터뷰

“2천만원 모아 외제차 사는게 꿈”압구정동 거리에서 노상을 하는 A(26·남)씨. 명품 가방이나 핸드백을 주로 파는 그의 목표는 2천만원을 더 모아 외제차로 바꾸는 것이다. 기자가 머무르는 30분여 동안에 그는 명품 이미테이션 핸드백 1점과 지갑 두점을 팔아 50만원 상당을 손에 쥐었다.


- 노상은 언제부터.▲지난해 중반부터 했다. 올 가을 복학 전까지만 할 계획이다.


- 노상에 나선 이유는.▲일단 내가 자란 동네이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많으면서도 타지역에 비해 ‘뜨네기’들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 노상과 명품은 어울리지 않는다.▲아무래도 명품 매장에 선뜻 발들이기 어려워하는 이들도 부담없이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먹히는 것 같다.


- 주 고객은.▲국내 미유통된 명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다. 또 진열된 이미테이션이나 카탈로그를 보고 오리지널을 부탁하는 경우도 흔하다.


- 최근 노상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눈에 띄는데.▲부쩍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본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물갈이가 자주 되는 편이다.


- 수입은 어느 정도인가.▲정확히 말하긴 그렇고… 괜찮은 편이다. 노상 1년만에 점포로 옮긴 케이스도 있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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