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족사진' 찍어주는 경관>

2005. 10. 22. 08:24너른마당 취재수첩

<'경찰 가족사진' 찍어주는 경관>
  2005-10-20 10:06:16 입력
  "민중의 지팡이도 가족사진 한 장은 있어야죠"
   바쁜 일과로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사진찍을 시간조차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경찰 가족의 사진을 찍어주는 경찰관이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 정보계 최태희(49) 경위는 바쁜 시간을 쪼개 5월부터 일주일에 두 차례씩 같은 경찰서에 근무하는 동료 경찰관 가족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사진 촬영은 수서서 경목실장인 김상훈 목사의 제안으로 시작돼 경찰서 경목실에 임시 스튜디오가 설치됐고 촬영 신청이 밀리면서 예약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손님'이 몰릴 때는 아홉 가족을 한꺼번에 찍을 때도 있지만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다 보니 어떤 날은 한 가정을 촬영하는데 만족해야 한다.

   사진 한 장을 위해 수십차례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고 어떨 때는 한 가족을 찍느라 70번이나 촬영한 적도 있다.

   지금까지 143 가족의 신청을 받아 74 가족의 촬영을 끝냈고 앞으로도 매주 한 차례 일과 후 짬을 내 촬영을 해야 한다.

   66cm×76cm 크기 액자에 담길 사진은 시중 가격은 20만∼30만원에 이르지만 최 경위는 관내 교회 등의 지원으로 실비만 받고 제공한다.

   최 경위는 1990년 35살의 나이로 뒤늦게 경찰에 입문한 뒤 지병인 신경성 위장병을 극복하기 위해 사진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고 2003년에는 '경찰의 날'을 맞아 경관 324명의 정복사진을 촬영해주기도 했다.

   이후 사진학원에 다니며 사진학을 공부해 1995년에는 국가기능 사진자격증을 땄고 기동대 근무 때는 전ㆍ의경 3만여명의 증명사진을 찍어줬는가 하면 경찰종합학교와 경찰대 등에서 교육용 홍보비디오 촬영을 하기도 했다.

   전국사진 공모전에서 공무원미술대전 금상을 수상하기도 한 최 경위는 해외작품 활동을 통해 5차례 개인전을 연 실력파로 현재 '포웨이(phoway)'라는 사진동호회를 이끌고 있다.

   최 경위는 "경찰관은 과중한 업무 등으로 가정이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들다는 점이 너무 안타까워 가족사진을 찍어주게 됐다"며 "내가 찍어주는 사진 한 장이 가족의 화목에 작은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서중 기자(ipc00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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