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제 린저와 달라이라마의 대화록 '평화'

2005. 10. 5. 22:47나의 취재수첩

루이제 린저와 달라이라마의 대화록 '평화'
  2005-10-05 09:37:34 입력
  '생의 한가운데' 등 대표작이 있는 독일의 유명 여류작가 루이제 린저(1911~2002). 그는 1944년 반 나치 활동을 하다가 사형선고를 받고 투옥됐으나 전쟁이 끝난 1945년 극적으로 석방됐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제14대 달라이라마 텐진 가초(70). 그는 1950년 중국의 침공을 받아 중국에 강제로 합병된 뒤 인도 다람살라에 임시정부를 수립했으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티베트의 독립을 위해 애쓰고 있다.

   시대의 정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루이제 린저가 대표적 평화주의자인 달라이라마를 만나 일주일 간 대담한 내용을 직접 글로 옮긴 '평화-루이제 린저와 달라이라마의 아름다움 만남'(황금물고기 펴냄.김희상 옮김)이 번역.출간됐다.

   이제 고인이 된 저자는 1994년 다람살라로 직접 날아가 달라이라마를 만나 인류의 평화를 큰 주제 삼아 이야기를 나눴다.

   저자와 달라이라마의 대화는 남녀, 나이, 동서양이라는 차이를 떠나 평화라는 주제에 머무르지 않고 마치 둑이 터져 물살이 거침없이 흐르듯 폭력, 군축, 여성, 환생, 간디의 비폭력 등으로 이어진다.

   달라이라마는 유엔의 조직이 과연 민주적인지 반문한다. 다섯 강대국이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점과 유엔에 각국 대표들이 자국의 이해만을 우선시할 뿐이라는 점 등을 들면서.

   달라이라마는 나아가 티베트를 동양과 서양의 완충지대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밝힌다. 평화가 살아 숨쉬는 본보기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현대의 무분별한 성(性) 문제로 주제를 옮긴 달라이라마는 "불교는 섹스를 아름답고 좋은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다만 섹스를 더 이상 자식을 낳는 근본 행위로 존중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

   저자가 "티베트가 독립된다면 어떤 정치체제를 받아들이고, 당신의 지위는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달라이라마는 "물론 티베트는 자유민주주의를 택할 겁니다. 티베트가 독립한다면 저는 큼지막한 선글라스를 끼고 지팡이를 짚은 채 산으로 들어갈 겁니다"라고 답한다.


김서중 기자(ipc00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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