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8. 20. 08:31ㆍ내고향강진의 향기
안개 낀 고도(孤島)에서 | 2005.07.14 1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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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고도(孤島)에서
박주익 아침이면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려, 전방은 고사하고 한 치 앞도 구분 못할 외딴 섬 이었지.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는 철조망 나뒹굴고 초병은 애써 긴장했으나 주위 사면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어. 깊은 바다 가운데서 품어 나온 짙은 안개는 해신 장보고의 이루지 못한 야심인 듯 소록소록 쌓였지. 날씨가 맑을 땐 물 빠진 갯벌에서 무리 지어 물질하는 아낙네며 갈매기들 선회하며, 뱃길 따라 여객선 항구에 들러 육지소식 전해 올 때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입영전야 친구들이 한 없이 그리웠어. 때론 중세의 성곽처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지만……. 가끔씩 큰 바람이 불면 바다는 포효(咆哮)하며 거칠게 다가왔지. 성난 파도는 금방이라도 작은 섬을 삼킬 듯이 꿈틀댔고, 몽고의 기마군도 지척의 강화도 앞 파도에는 무력했지. 삼별초 남으로 갈 때 슬퍼하던 저 바다는 안개로 배수진 치며 이방인들 따돌렸어. 남쪽 바다는 왜란시 적장을 끌어안고 강물에 몸을 던진 논개의 정열과, 서남해 전장에서 분연히 일어선 의병들과 조선 수군의 용맹이 잠든 곳. 왜군의 총칼에 농기구와 맨주먹으로 대항하던 이 땅의 의인들은 오직 조국의 안위와 지략을 갖춘 장수만을 원하던 곳. 영광 법성포엔 정절을 지켜 목숨을 바다에 던진 우리 할머니들의 영혼이 떠돌아, 수중 고혼(孤魂)을 위한 신명난 씻김굿엔 해원(解怨)의 넋 건지기, 이 땅의 아픔이여. 인천 앞바다 외딴 섬에는 서울수복 상륙작전 때 숨져간 젊은 넋 묻혔으리라. 목숨을 초개와 같이 바다에 몸을 던진 용감한 투혼(鬪魂)들은, 충무공 이순신(李舜臣)의 자랑스러운 후예로서 한 치도 부끄럼 없었으리라. 원산만 상륙이나 독도의 되찾음도, 풀잎처럼 자라나 전장의 이슬 되어 숨져간 이 땅의 젊은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서남해 격전지에서 해상 전적지에서 말없이 숨져간 그 날의 젊은이들은 의로운 바다 지키는 한 마리 불새가 되어, 외로운 바다 지키는 불멸의 영웅이 되어 조국에 몸 바치다 수장(水葬)은 되었으나 영혼은 호국의 화신(化身)되어 밤하늘 별들처럼 초롱초롱 빛난댔어. 해마다 유월이면 무명용사의 탑에 헌화(獻花)하며 고도(孤島)에서 숨져간 젊은 넋 위로하다가 문득 임들은 안개로나마 못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는 걸 깨달으며……. 서해 휴전선의 해상 군사분계선, 조류 따라 흐를 때 남북 이을 유람선을 꿈속에 그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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