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중국 모조품과 전쟁중

2006. 8. 20. 23:43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루이뷔통·구치 등 세계 명품을 베낀 ‘국산 짝퉁’도 여전히 살아 있지만 ‘중국산 짝퉁’은 없는 게 없기로 유명하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중국 정부와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로 번번이 충돌을 빚는 이유도 그 피해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최근 스위스시계산업연합회는 “스위스에서 생산되는 정품 시계는 연 2500만개에 불과한데 4천만개의 위조품이 유통되고 있다”며 짝퉁의 90% 이상을 ‘중국산’으로 지목했다. 협회 쪽은 최고급 짝퉁 시계의 생산비는 개당 500달러에 불과하지만 두세 배 비싸게 팔리기 때문에 짝퉁 제조업자들의 수익은 연간 6억1300만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일본 재무성 역시 지난해 통관 과정에서 밝혀낸 중국산 짝퉁 적발 건수가 6278건으로 전체의 46.6%를 차지한다고 집계했다. 미국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노력이 소홀하다는 점을 들어 통상마찰을 빚기 일쑤다.
실제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은 ‘짝퉁 천국’으로 불린다. 디자인만 베낀 유치한 모조품부터 명품이 울고 갈 에이(A)급 위조품까지 다양한 상품이 거래된다. 첨단 아이티 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휴대전화나 엠피3 플레이어는 한국, 일본 제품을 그대로 베낀 상품들이 중국 본토에서 팔리는 것은 물론 제3국으로 수출도 된다. 최근에는 국내 대기업의 협력업체가 팔고 남은 부품들을 수입해 엘지전자 휴대전화 등 위조품을 만든 사례가 적발됐다. 휴대전화 케이스 부품을 그대로 들여간 경우 외관상으로는 감쪽같은 위조품이 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지난달 말 일본의 전자·통신기기 업체 엔이시(NEC)가 2004년부터 2년 동안 조사한 중국 내 짝퉁 산업의 실태를 보도했다.
중국 짝퉁 생산업자들은 공장을 차리고 진품의 매뉴얼과 보증서, 포장상자까지 베낀 상품들을 쏟아냈다. 일본 업체의 명함이나 주문대장 사인까지도 복제해 홍콩은 물론 남아시아, 북아프리카, 중동, 유럽 등에 물품을 팔아넘겼다. 밀수가 아니라 적법한 통관 절차를 밟고 진품인 것처럼 수출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각종 국제 전시회에서는 ‘중국 관람객 경계령’이 내려지기도 한다. 지난달 초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가구박람회에서는 아시아인 관람객의 사진촬영을 무조건 막는 부스들이 많았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 가구들을 마구잡이로 베껴 수출하기 때문에 중국인처럼 보이는 아시아계 관람객들의 사진촬영에 과민반응을 보인 셈이다.


[한겨레 200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