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남도여행_해남_강진
2006. 8. 24. 00:03ㆍ내고향강진의 향기
살림살이가 튼실한 곳에서는 으레 품격 높은 문화가 꽃피게 마련. 강진과 해남도 예외는 아니다. 고려청자의 우아한 비취빛과 곡선미, 국문학사에 우뚝 선 고산의 문학, 조선시대를 풍미했던 실학이 든든한 경제력을 밑거름 삼아 피어난 문화의 꽃이다. 남도의 문화와 역사를 따라가는 답사 여행은 강진 땅에서 시작된다. 소월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정시인으로 사랑받는 영랑 김윤식의 생가가 바로 강진에 위치한 까닭이다. 영랑의 생가는 1948년 영랑이 고향을 떠난 이후 집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원래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나 1985년에 강진군에서 사들임으로써 원형대로 복원되었다. 초가의 형태로 복원이 되었지만 너무 번듯해서 오히려 옛 주인의 체취를 느끼기 어려운 것이 아쉽다. 마당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샘터와 장독대, 집 뒤편을 둘러싼 동백나무 몇 그루가 아쉬운 마음을 달래준다. 강진 태생은 아니지만 조선 후기 실학파의 최고봉인 다산 정약용 역시 강진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다산은 강진에서 만 18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는데, 만덕산 중턱에 그의 적소였던 다산초당이 남아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 탓에 고택 특유의 호젓한 정취는 기대할 수 없지만, 다산초당은 그 어떠한 것도 감수할 만한 답사지임에는 틀림없다. 바로 다산실학의 산실이기 때문이다. 다산은 이곳 초당에서 무려 500여 권의 저서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초당 옆의 작은 연못 가운데 있는 섬 하나를 직접 만들어놓았을 만큼 이곳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다산이 만든 이 섬을 석가산이라 하는데, 초당 건물 뒤 약수로 쓰였던 약천 옆의 정석바위와 다산이 직접 차를 끓여 마시던 다조, 초당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천일각을 가리켜 ‘다산4경’이라고 부른다. 다산초당 뒤편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따라 만덕산의 허리를 30분쯤 돌아가면 백련사에 이른다. 키 작은 수목들 사이로 강진만이 언뜻언뜻 보이는 이 길은 초당에 머물던 다산과 백련사의 혜장스님이 서로 오가며 교분을 나누던 길이라고 전해진다. 백련사는 통일신라 때인 893년에 창건된 고찰로, 조선시대 영조 때 대화재로 인해 소실된 건물을 최근에 새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운치 있는 백련사도 기억에 남지만, 백련사 주변에 우거진 아름다운 동백숲의 빼어난 풍경은 쉬이 잊히지 않는다.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숲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백숲의 하나로 손꼽히는데, 수령이 100년은 족히 넘을 우람한 동백나무들이 3,000여 평의 산비탈에 빼곡히 들어차 있어 산림욕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백련사를 뒤로하고 813번 지방도로를 따라 해남 대둔사로 향하는 길에, 고산 윤선도의 고택인 녹우당이 자리 잡고 있다. 덕음산 자락에 들어앉은 이 고택은 해남이 시작되는 하나의 이정표이자, 전남 지역의 전통가옥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되었다. 명문의 종가답게 안채, 사랑채, 행랑채 등이 정연한 ㅁ자형을 이루는데, 그 중에서도 ‘綠雨堂’이라는 현판이 걸린 사랑채는 훗날 효종이 되는 봉림대군의 사부였던 고산이 효종으로부터 하사받은 수원 집의 일부를 옮겨 온 것이라고 한다. 60여 칸에 이르는 녹우당의 건물을 모두 둘러보는 데에만 2~3시간은 거뜬히 소요될 정도로 규모가 대단해, 녹우당 답사를 포기하고 집 앞의 유물관으로 발길을 돌리는 여행자들이 많다. 이곳에 보관되어 있는 유물 중에 보물 제482호로 지정되어 있는 윤선도의 친필가첩과 국보 제240호로 지정되어 있는 공재의 자화상은 남도 문화의 특색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녹우당 앞마당에서 보이는 대둔사까지는 자동차로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대둔사 초입의 길 양쪽에는 소나무, 벚나무, 참나무, 삼나무, 동백나무, 편백나무 등의 해묵은 거목들이 빈틈없이 펼쳐져 있다. 나무들마다 밑동이 굵고 줄기도 우람한 걸 보니 화재, 수재, 풍재를 겪지 않는 땅이라는 뜻의 ‘삼재불입지처(三淡不入之處)’라 명했던 서산대사의 예언이 맞는 듯하다. 이처럼 아름드리 노목이 많고 숲이 짙어 봄빛 또한 유달리 일찍 찾아왔다가 오래도록 머물다 사라진다. 그래서 ‘장춘(長春)’이라는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일주문에 들어서자마자 길 오른편에는 낮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부도밭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산대사를 비롯해 대둔사가 배출한 역대 종사와 강사들의 부도 50여 기와 부도비 14기가 모여 있다. 이곳을 지나 다시 숲길로 들어서면 아름드리 우거진 숲 사이에 모습을 숨겼던 대둔사가 자태를 드러낸다. 신라 법흥왕 원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대둔사는 처음에는 아담한 산사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서산대사가 이끄는 승병의 총 본영이 설치되었던 임진왜란 이후에 사세가 커지기 시작해 오늘날과 같은 대찰로 번창했다. 활처럼 둥근 나무 문턱을 질러놓은 가허루를 지나 천불전 경내로 들어서면 정면의 세 칸 분합문에 조각된 화사한 꽃문살이 눈길을 잡아끈다. 보물 제947호로 지정되어 있는 대웅보전으로 유명한 미황사를 품은 달마산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일찍이 ‘남도의 금강산’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사방으로 탁 트인 능선에 올라서면 진도를 비롯한 여러 섬이 그림같이 펼쳐진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좋다. 더욱이 달마산은 한반도 남녘 끝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감동을 선사한다. ‘사자봉’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땅끝마을의 인위적인 전망대를 대신해, 역사의 향훈이 가득한 미황사와 함께 자연 그대로의 일몰의 장관을 감상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더욱 특별한 곳일 수밖에 없다. |
출처 : 나그네 여행
글쓴이 : 나그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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