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명품 세상

2006. 8. 26. 00:08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매경춘추] 명품 세상

얼마간 시간이 지날 때마다 한 차례씩 '가짜 명품'이라는 것이 보도되어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더니, 명품의 정의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었다. 뛰어나다는 것은 디자인이나 품질 면에서 다른 것들과 차별돼 평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고, 이름이 나려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자면 어떤 식이든 알려지는 시간이 필요할테니 어느 정도의 세월은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구두, 시계, 핸드백, 옷뿐만 아니라 예술작품 중에서도 창의성이 있고 영구적 가치를 지닌 작품을 '명품 명작 걸작'으로 부른다. 요즘은 먹는 것에도 '명품 된장'이라고 쓰는 걸 보면 이 단어의 선호도를 알 수 있다.

사전적 정의 말고 좀 더 현실적으로 보면, 명품은 비싼 것이라는 등식이 성립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10만원대의 시계가 수천 만원짜리 명품으로 둔갑'했다고 말할 수 있을테니까. 또한 명품이라는 것은 물건이나 작품 그 자체보다는 상표의 이미지 혹은 작가의 이름에 가치를 부여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기계로 찍어낸 똑같은 상품은 모두 같은 가치를 지닐지 모르지만 예술작품은 이름, 즉 상표만 믿을 수는 없다. 어떤 특정 작가가 만들어 내는 모든 작품이 걸작은 아니다. 그러기에 작품 가격을 크기 중심으로 정하기보다 작품의 완성도를 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어찌됐든 명품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은 우선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한 것이고, 그 다음은 그것을 갖고 싶어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보이기 싶어서인 것 같다. 가짜 유명 물건이나 모작이라도 소유하기 위하여 애쓸 것이 아니라 차라리 자기 자신을 명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어떨까.

'짝퉁, 가짜명품, 명품사기'라는 단어를 더 이상 듣지 않기를 바라면서 떠올리는 두 가지. 부자 이야기를 다룬 '리치 리치'라는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아끼는 커다란 금고에는 그들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만이 가득 차 있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마지막 부분에 사막에서 길 잃은 조종사가 잠든 어린왕자를 안고 걸으며 '내가 지금 보는 것은 껍질에 불과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마음 속으로 말하는 부분이 새삼 가슴에 크게 와 닿는다.

[오현금 갤러리 토포하우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