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8. 26. 01:12ㆍ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소송과 마케팅 비용의 관계 | |
[매경이코노미 2006-08-16 11:02] | |
보통 상표권과 관련된 소송비용은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든다. 1년 2개월 동안 2심을 거친 매일유업이 쓴 소송비용은 1억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매일유업이 ‘불가리아’를 출시하며 책정한 광고비와 마케팅 비용이 150억원인 것을 감안한다면 1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소송비용은 그야말로 껌 값인 셈. 만약 매일유업이 승소했다면 연간 1조원대로 추산되는 발효음료 시장에서 약 38%를 차지하는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소송이라는 강수는 후발업체에게는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초코파이는 너무 늦게 소송걸어 패소■ 매일유업은 ‘불가리아’ 출시 일부터 공격적인 광고와 마케팅을 펼쳐 42일간 15억원의 비용을 쏟아 부었지만 아깝지 않은 비용이었다. 출시 한 달 만에 ‘불가리아’는 하루 판매량이 8만개 이상 돌파해 10만개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상 업계에서는 발효유 손익분기점을 10만개로 보고 있다. 당시 경쟁상품인 불가리스 일일 판매량은 50만개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매일유업이 ‘불가리아’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당시 유무형 이익은 800억원으로 추산된다. ‘불가리아’ 가치는 상표를 변경한 후 더 분명해졌다. 1심 패소 판결 후 ‘불가리아’를 ‘장수나라’로 바꾸자마자 판매량은 4만개로 급감했다. ‘장수나라’는 판매부진으로 현재 ‘도마슈노’라는 새 제품으로 교체됐다. 현재 도마슈노 일일 판매량은 12만개로 손익분기점을 넘었지만 결과적으로 상표권 분쟁으로 먼 길을 돌아온 셈이다. 매일유업은 패소로 이미 생산 유통한 수십만개 제품을 수거 폐기해야 했고 100억원가량의 마케팅 비용도 공중으로 날렸다. 반면 남양유업은 불가리스 상표권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됨으로써 향후 1000억원대 이익을 보존하게 됐다. 반대로 오리온 초코파이의 경우는 소송에 진 경우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1974년에 출시됐다. 초코파이 판매가 호조를 띠자 경쟁업체인 롯데제과는 5년 뒤인 79년, 초코파이 이름 앞에 자사 상호를 붙인 ‘롯데 초코파이’를 시장에 내놓는다. 당시 제과업계에서는 브랜드 가치에 대한 인식도 전무하고 경쟁 상품을 카피하는 미투(Me too) 전략이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요소로 봤기 때문에 이 문제는 유야무야 지나갔다. 그러나 18년이 지난 이후 상품 브랜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오리온 측은 뒤늦게인 지난 97년, 법원 ‘롯데 초코파이’에 대한 등록 무효 소송을 냈다. 99년 고등법원, 2001년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했지만 결국 패소했다. 법원은 “이미 초코파이는 시장에서 초콜릿을 바른 과자류를 지칭하는 보통명칭이 돼 상품 식별력을 상실했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어 ‘법은 권리 위에 잠자고 있는 사람까지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근거를 들어 오리온 측이 ‘초코파이’란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쟁업체가 상표등록을 한 후 18년이 지난 다음에야 권리를 되찾겠다고 나선 점이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국내 초코파이 시장 60%를 차지하는 오리온 초코파이의 지난해 매출은 국내 800억, 해외 1000억원이었다. 만약 오리온 초코파이가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면 10년간 약 5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냈을 것으로 오리온 측에서는 추정한다. 반대로 롯데 초코파이는 오리온이 넓혀둔 초코파이 시장에 편승해 브랜드 및 광고, 마케팅비를 절감했고 그 효과는 지금도 유효하다. 줄어든 마케팅 비용은 유통과 소매 쪽으로 할인판매나 1+1판매(덤 판매) 행사를 벌여 매출을 높이고 있다. 더욱이 지난 4월에는 초코파이를 업그레이드해 단맛을 줄이고 철분, 비타민 등 영양성분을 강화한 ‘드림파이’를 선보여 오리온 초코파이 시장을 야금야금 먹고 있다. 강상우 롯데제과 계장은 “매년 꾸준히 매출이 느는데다 최근 웰빙형 초코파이인 ‘드림파이’ 판매 호조로 현재 시장에서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소송은 잘만하면 최고의 광고 효과와 마케팅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다준다. 물론 시기를 잘 만나고 못 만나는 것에 따라 불가리스가 될 수도 있고, 초코파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영세업자나 개인사업자와 붙게 되는 소송은 무조건 대기업의 손해로 귀결된다. 물론 상표권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대기업 책임이 크기도 하다. 이탈리아 스포츠브랜드 LOTTO(로또)는 상표 등록 및 법적 안정 장치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아 고생한 경우다. 지난 1987년 국내 영업을 시작한 LOTTO는 당시 롯데 측이 상표 비슷하다고(Lotte) 반발하면서 분쟁을 겪다, LOTTO SPA(SOCIETA PER AZIONNI)라는 상표로 등록하고 롯데 측과 신사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해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한모씨가 스포츠 의류 상표 LOTTO로 등록하면서 부터. 상표등록후 한씨는 자체 제작한 LOTTO 제품을 온라인상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회사 측은 한씨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특허청에서 한씨의 상표등록을 무효라 판결하고 지난 7월에는 특허법원에서 상표등록을 취소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씨가 다시 대법원의 상고를 해 무효 판정은 최소 1년 3개월 후인 내년에나 확정된다. 즉 LOTTO 국내 라이선스 계약업체인 스타일러스는 대법원 판결이 난 후에야 LOTTO 상표 출원을 재등록해 팔 수 있게 된 셈이다. ■소송 악용하는 영세업자들 많아■ 상표권 분쟁 소송이 빈번이 발생하는 원인은 솜방망이 처벌도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일부는 교묘히 법망을 피해다니는데 막상 서류상으로는 대부분 최소 자본금 2000만원으로 등록만 한 이름뿐인 회사들인 경우가 많다는 게 피해업체 항변이다. 심지어는 대표자를 신용불량자로 해놓고 정작 본인은 BMW차를 타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등산용품 전문 업체인 K2코리아는 현재 유사상품 사업자들과 5건의 피해보상 및 가처분 소송을 벌이고 있다. 특히 온라인 짝퉁 상품 판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리점을 운영하는 K2코리아는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옥션, G마켓 등 쇼핑몰 사이트에서K2 제품으로 홍보돼 버젓이 팔리고 있다. 실제 이들 제품들을 보면 K2라고 써 있지만 자세히 보면 K2 상표명 근처에 교묘히 다른 글씨나 도안이 부가돼 있다. 사정을 모르는 고객은 정품 K2를 시중보다 30~40% 싸게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김영훈 K2코리아 이사는 “피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만큼 유사상표들이 난립해 있는데 소송을 걸어도 너무 영세해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지적재산권을 담당하는 서무송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형사처벌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 집행유예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상표등록과 제반법을 자세히 아는 사람이 아니면 이렇게 법망을 피해갈 수 없다”고 말했다. 후발업체들이 선발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소송을 불사하거나 반대로 선발업자가 후발주자를 따돌리기 위해 소송을 추진하는 행위는 모두 결국 비용 대비 효용 측면에서 당연한 수순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서무송 변호사는 “특정 시장이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 준다면 소송비를 물고서라도 뛰어들 수 있는 게 자본주의 시장 논리”라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제조업체에서 마케팅 효과를 노려 적극적으로 소송을 하기엔 위험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소송은 때론 마케팅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문제는 소비자가 그것까지 감안해 상품을 구매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송의 마케팅학’은 영원할 수밖에 없다. 【롯데와 해태의 ‘석류미인’상표권 분쟁】 제품 브랜드 중요성이 점차 커지자 불과 몇 개월 안팎의 차이로 출시된 제품 간 상표권 분쟁 소송도 빈번해졌다. 지난 3월에 출시한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석류미인’은 5월에 출시된 해태제과 껌 ‘해태 석류美人’과 상표권 분쟁을 겪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 6월말 서울중앙지법에 ‘해태 석류美人’상표의 껌 제품 판매를 금지시켜 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다. 롯데는 ‘해태 석류美人’은 롯데제과의 등록 상표와 호칭 및 관념이 동일하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가 명백하다는 주장했다. 이에 해태 쪽은 ‘석류’와 ‘미인’은 특정상표 이전에 일반명사이며 또한 상표도 ‘해태 석류美人’으로 등록해 다르다고 맞대응했다. 손희영 롯데제과 법무팀장은 “이름뿐만 아니라 겉포장지도 아이스크림 디자인과 비슷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회사 제품으로 오인하기 쉽다”며 “수차례 서면과 구두를 통해 바꿀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해 부득이하게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가처분 결과는 8월 중순 이후 나올 예정이다. 양측 생각은 상이하다. 롯데 측은 재판결과에 따라 후속대응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태는 이번 소송이 마케팅효과를 노린 전략에 불과하다며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김충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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