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고향에 타작을 하러 다녀왔습니다. 타작하는 논가에 서서 들녘을 바라보면 언제나 밀려드는 회환은 무엇 때문일까요. 아버지! 보고 계시는지요. 어머니의 작품입니다. 안부전화를 하면 아프고 쑤신다 하시면서도 걱정할까봐 괜찮다 하시곤 전화를 끊으십니다. 못난 자식을 걱정하는 모정이 끝내..
초연(初戀)처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가보가 있습니다. 결혼할 때 내 내자(內子)에게 해준 코트, 양장 투피스 한 벌과 신혼여행에 들고 갔던 가방, 그리고 보스턴백에 가득 찬 내가 띄운 연서(戀書)가 그것입니다. 그것들을 일 년에 한두 번 햇볕을 쏘이고, 손질도 하고, 한 동안 보다가 다시 가방 속..
흔들리며 흘러간다 말수가 적은 강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끔씩 어깨를 들썩인다. 짙푸른 산이 살며시 들어와 거꾸로 서 있고 하늘도 강의 넓은 품에 안겨 속삭인다. 고단한 풀들이 발을 담근 강가 포풀러나무 한 그루 파르르 떨 때마다 사금파리로 반짝이는 햇빛 부스러기들 지나던 흰 구름이 나뭇가..
삶의 길, 예술의 길 “예술은 길게 봐야 해. 절대 인기를 먹고 살 수는 없는 게 예술가야. 쉽게 평가받으려고 하지 마. 한 이십 년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그저 갈 길을 가면 되지. 그러다보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거지. 못 받으면 또 어떤가. 그저 갈 길을 가면 되는 거야.” - 이지혜, ‘..
마음의 자물쇠를 여는 법 자물쇠란, 도난을 방지하기 위하여 문이며 서랍이며 장농이며 금고 따위에 설치하는 방범 장치의 일종이다. 주인들은 대개 인간을 불신하고 자물쇠를 신뢰하지만 노련한 도둑을 만나면 무용지물이다. 그 자물쇠마저도 훔쳐 가버리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때론 마음의 문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