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치로 팔자 고치려던 가짜 샤넬

2006. 10. 27. 10:34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펜치로 팔자 고치려던 가짜 샤넬

[머니투데이 손민한얼국제특허사무소 대표 변리사]최근에 니콜 키드만이 아주 로맨틱한 샤넬의 광고를 찍었다. 드뷔시의 음악을 배경으로 마치 한편의 짧은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광고는 니콜 키드만이 분당 37억원이라는 거금의 출연료를 받았다고 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었다.

샤넬은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명품이다. 샤넬이 세상을 뜬지 이미 30년이 넘었지만, 그녀의 이미지를 간직한 의류, 가방, 장신구, 향수 등이 샤넬 이라는 최고의 브랜드 하에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다.

명품 브랜드인 샤넬은 짝퉁 면에서도 결코 다른 명품들에 뒤지지 않는다. 얼마 전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 8월까지 국내에서 적발된 해외상표 위조 건수는 7636건인데 이 중에서 샤넬 상표가 16.5 %로 1위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샤넬 명품의 명성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유명 브랜드 또는 명품을 선호한다. 그러다보니, 이 명품을 흉내낸 가짜 내지 유사품으로 가격이 명품보다 싼 소위 짝퉁이 명품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그러나, 이 짝퉁은 명품의 디자인이나 상표를 소비자들이 명품인 줄 착각할 정도로 도용 내지 모방하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의 상표권이나 의장권을 침해하거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명품을 그대로 모방한 짝퉁의 제조 판매가 제한을 받다보니, 이러한 제재를 피해가기 위한 짝퉁 업자들의 수고 또한 만만치가 않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명품이 아닌 것처럼 만들어 판매한 후 이를 명품으로 둔갑시키는 전략을 구사한 짝퉁사례가 있었다. 바로 샤넬 가방에 대한 것이었는데 이 짝퉁업자가 만든 가방은 처음에는 샤넬 브랜드하고는 무관한 마크가 가방에 붙어 있었다.

샤넬 마크는 잘 알려져 있듯이 영어 알파벳 C 자 두개가 서로 등을 대고 겹쳐 놓은 것처럼 생겼다. 그러나, 문제의 짝퉁 마크는 원이 두 개 겹쳐져 있어 마치 숫자 8자를 옆으로 뉘어 놓은 것처럼 보이며 누가 보아도 샤넬 브랜드가 아님은 명백하였다.

짝퉁업자는 짝퉁의 단속이 통상 짝퉁의 제조나 판매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샤넬마크와 전혀 닮지 않은 마크를 붙인 가방을 소비자에게 팔면서 소비자들에게 팔자를 고치는 방법을 일러주었던 것이다.

이 짝퉁마크는 겹쳐있는 원의 양 끝의 일부분을 펜치 같은 것으로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이 일부분을 제거하면, 명품 브랜드와 무관해 보이던 마크가 바로 샤넬 마크로 둔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짝퉁과 펜치 만으로 명품이 만들어지도록 고안된 이 짝퉁 브랜드에 대해 샤넬이 상표권 침해소송을 제기하였다.

얼핏 생각하면 명품 브랜드와는 외관이 다른 상표를 붙인 물건을 만들어 팔기 때문에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되겠지만 그렇지 않다. 제조업자가 실질적으로 샤넬이라는 명품 브랜드를 그대로 모방한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 법원은 짝퉁업자가 샤넬의 상표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사람이나 상표나, 브랜드나 모두 그렇다. 잠깐의 눈속임은 가능할 지 몰라도 정직하지 못함이 오래가지 못한다. 짝퉁은 영원히 짝퉁이다. 짝퉁을 아무리 오랜 기간 동안 잘 만들어도, 짝퉁 브랜드로서의 명성을 구축하지는 못한다. 왜냐하면 짝퉁은 명성과 신용이 쌓일 자기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펜치를 대서 명품으로 팔자를 고쳐보려했던 이 짝퉁은 이렇게 이야기 거리를 남긴 채 세상에서 사라졌다.

짝퉁이 물론 우리나라 산업에 기여한 바도 있다. 진품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모조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우리의 기술은 짝퉁을 만들면서 발전한 면이 있고, 디자인에 대한 감각 또한 같이 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식과 정보가 재산인 21세기에 지적재산권의 강국인 우리나라가 동시에 짝퉁의 왕국이라는 것은 무언가 맞지 않는 모순임에 틀림이 없다. 이제 우리의 솜씨를 남의 것을 흉내낸 짝퉁이 아닌 우리의 명품으로 전환할 때가 왔다.

손 민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생화학과 박사(이학박사)

특허청 심사관

김&장 법률 사무소

한양대학교 국제 특허원 강사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자문위원(지적재산권 분야)

한국 국제지적재산권보호협회 회원

대한변리사회 섭외이사(현)

한얼국제특허사무소 대표 변리사(현)

손민한얼국제특허사무소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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