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만 50여개…‘K2’의 수난

최근 광주에 있는 롯데슈퍼와 부산 홈플러스에서 ‘K-2’ 등산화가 판매됐습니다. ‘-’는 너무 작아 소비자는 ‘K2’인 줄만 알았습니다. 뒤늦게 짝퉁인 것을 안 소비자는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대형마트 측은 ‘K-2’라는 제품을 판 것 뿐이라며 ‘K2’라고 오해하고 산 소비자가 잘못이라는 입장입니다. 짝퉁에 우롱당한 소비자의 분노는 배가 됩니다. 외국 브랜드는 거액의 소송을 당할 우려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힘없는 국산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추측도 한편에선 나옵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 주로 고가의 외국 브랜드에 기생하던 짝퉁은 최근엔 그 대상을 가리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지하철 임시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을 벗어나 대형마트까지 버젓이 나오니 말입니다.  대표적인 피해 사례가 바로 케이투코리아의 ‘K2’ 브랜드입니다. 수년 전 케이투코리아는 비슷한 모양의 상표로 홈쇼핑에서 의류를 판매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짝퉁 ‘K2’는 근절되지 않고 되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최근엔 대형매장에서까지 짝퉁이 등장해 신경이 바짝 곤두선 상태입니다.  케이투코리아 측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K2’ 유사상표가 무려 40~5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전국 50여곳에서 임시매장 형태로 짝퉁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방법은 다양합니다. 고딕체 K2를 기울여 쓰거나 끝을 둥글게 바꾸기도 합니다. 간단한 문자를 첨부해 K-2, PRO K-2, KOR K-2, K2 salaman 등으로 표기하기도 합니다. K2 이외의 것은 작게 표기해 40, 50대가 주 연령층인 고객의 눈을 감쪽같이 속입니다. 짝퉁 상품에 대한 문의를 하루 10통 이상 받는 K2 본사 직원만 속이 탑니다.  그러나 이들을 막기는 쉽지 않습니다. 케이투코리아 관계자는 “지하철역 등에 임시매장을 열어 ‘본사 대방출 70~80% 세일’ 등의 플래카드를 붙여놓고 사흘씩 장사를 하고 빠져버리니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합니다. 경찰 등 행정기관에 신고를 해도 대부분 고소를 위한 인적사항을 파악하는 것만을 도와줄 뿐입니다. 직접 나서려니 판매를 무효화시키기 위한 이의신청과 무효심판, 무효소송 등 복잡한 과정을 순차적으로 거쳐야 합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손해를 보고 있는 기업의 부담만 더 커집니다.  하지만 그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짝퉁의 범람으로 땅에 떨어질 지경에 놓이니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더욱이 아웃도어는 기능성 제품으로 산행할 때 고객의 안전과도 관련이 됩니다. 케이투코리아는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고 소비자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7월 따로 마련한 유사상표 관련 전담부서는 사례를 모으고 대책을 마련하는 등 분주합니다. 최근엔 신문지면을 통해 유사상표에 주의하라는 광고도 지속적으로 내고 있습니다. 케이투코리아는 백화점, 브랜드숍, 온라인 직영몰을 벗어난 곳에서 ‘K2’를 팔면 일단 의심하라고 권합니다.  짝퉁이 번지는 세상은 품질보다 브랜드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한 단면일까요. 능력보다 학벌이 중요해서 가짜 학위가 논란이 되는 요즘입니다. 그럴수록 사회는 불신에 몸살을 앓고, 진짜는 억울해서 가슴을 앓습니다. 유사상품에 주의합시다.                                                                                                                         [헤럴드경제-2007.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