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명품과 차인표의 낡은 시계

2008. 3. 10. 11:50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굿데이 = 김재범 기자]늘 트렌드에 앞서 간다는 이른바 '강남' 명품족의 자존심을 졸지에 무너뜨린 가짜 명품 시계 소동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수천만원대짜리 시계가 알고 보니 몇만원짜리 싸구려에 불과했다는 '짝퉁 명품' 소동은 또 다른 브랜드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고, 최근에는 '짝퉁' 명품 브랜드가 더 있다는 추가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짝퉁' 명품 파문이 사람들의 주목을 더 받은 것은 그 소문의 소용돌이 속에 일부 유명 연예인들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소문에 등장한 당사자들은 "그런 시계를 산 적 없다" "사지 않고 협찬을 받았다" "선물로 줘서 받았을 뿐이다"고 해명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스타 OOO은 가짜 명품 시계를 9,000만원 주고 샀다고 한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가짜 명품으로 곤혹을 치른 연예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언젠가 인터뷰 때 본 차인표의 낡은 시계이다.

영화 '한반도'의 개봉을 앞둔 때였다. 영화의 주연 중 한 명인 차인표와의 인터뷰가 거의 끝날 무렵 문득 기자의 눈에 그가 차고 있던 시계가 들어왔다.

차인표의 손목에는 아무리 좋게 봐도 절대 고급으로 칠 수 없는 낡고 평범한 스포츠 시계가 있었다.

적어도 그 정도의 지명도와 인기를 가진 스타라면, 또 깔끔하게 정장을 입고 있는 당시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흔히 말하는 스위스나 이탈리아, 프랑스산 명품 시계를 차고 있은들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차인표의 시계는 우리가 운동화나 티셔츠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 스포츠 브랜드였고, 단순한 디자인에 꽤 오래 찬 듯 적지않은 생활 흠집까지 나 있었다.

"시계가 좀 특이하다"고 묻자, 차인표는 덤덤하게 "어머니께서 선물한 시계여서 늘 차고 다닌다"며 "한 2년 정도 됐는데 시간도 잘 맞고 튼튼해서 고장이 안나 계속 차고 다닌다"고 웃으며 말했다.

"시간 잘 맞고 고장 잘 안난다"는 이 말은 따지고 보면 우리가 시계를 고를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상식적인 조건이다.


하지만 툭하면 몇백년 전통이니, 유럽 귀족들만 차는 것이니 하는 요란한 명품 족보를 들먹이는 말을 자주 듣던 기자로서는 너무나 신선한 말이었다.

할리우드의 연기파 스타 중 한 명인 댄젤 워싱턴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89년에 산 32달러(약 3만원)짜리 시계를 지금도 차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카데미상 수상자로 블록버스터급 흥행 성적을 가진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가 설마 명품 시계 하나 살 돈이 없을리는 없지만, 당시 워싱턴은 "어머니께서 어릴 때부터 불필요한 곳에 돈을 쓰지 말라는 하셨다"며 검소한 생활습관을 소개했다.

차인표의 낡은 시계, 그리고 댄젤 워싱턴의 32달러짜리 시계. '짝퉁' 명품 소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설픈 속물 근성이 문제시 되는 요즘 더욱 남다르게 생각되는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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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기자 oldfield@gooddayi.com/사진=김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