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지구촌―베이징에서] 중국인들의 ‘짝퉁’ 불감증

2008. 3. 24. 17:35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지아더(假的)? 전더(眞的)?"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아더는 가짜, 전더는 진짜를 뜻합니다. 중국에선 물건을 살 때나 음식을 먹을 때 종종 이런 질문을 하곤 합니다. 외국인들이 중국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기도 합니다. 거의 모든 물건이나 음식에 가짜와 진짜가 공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지어 위폐도 많이 유통됩니다. 가게 점원들은 맨먼저 위폐를 가리는 방법부터 배운다고 합니다. 실제로 물건을 살때 100위안(1만4300원)짜리 지폐를 건네면 점원들은 꼭 앞뒷면을 세심하게 확인하곤 합니다. 공공연하게 가짜만 파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의 선진 도시에는 어김없이 명품 짝퉁시장이 성업중입니다.

 

지난 주말 베이징 중심가에 있는 대표적 짝퉁시장 슈수이제(秀水街)를 찾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호객 행위로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액세서리, 옷, 시계, 가죽제품 등 온갖 제품이 있는데 하나같이 구찌, 페라가모, 프라다, 발리, 롤렉스, 아디다스 등 세계적인 유명 상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특급짝퉁 등 등급도 다양했고 그에 따라 가격도 가지각색이었습니다. 짝퉁의 천국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를 알 만했습니다.

허리띠를 사러 한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짝퉁 돌체 혁대를 골라 가격을 물어봤더니 처음엔 300위안(4만2900원)을 불렀습니다. 너무 비싸다며 돌아섰더니 200위안, 100위안, 80위안까지 팔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50위안(7200원)을 주고 샀습니다. 중국인들은 물론 중국에 사는 외국인들조차 일상생활에서 가짜 물품에 익숙해진 듯합니다.

아직도 세계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모조품 및 불법복제의 대표적인 나라로 단연 중국이 꼽힙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중국산 '냉동 만두' 파문이 일고, 미국에서는 중국산 원료가 사용된 가짜 약 논란도 제기됐습니다.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산 식품 안전 문제는 이미 국제적인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중국 당국도 짝퉁, 가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림픽을 앞두고 가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일반 서민 생활 깊숙이 스며든 가짜에 대한 불감증이 쉽게 사라질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문제는 중국정부나 중국인들이 가짜에 대해 너무 너그럽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그동안 두자릿수 이상의 경제성장을 계속한 이면에는 선진기술을 베끼면서 습득한 모방기술력도 배제할 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더 이상 가짜에 관대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쿠키뉴스 2008-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