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8. 20. 08:23ㆍ내고향강진의 향기
/ Maekwoo beef and Toha
강진군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옴천면은 4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친환경1번지이다. 특산물로는 토하미, 옴천토하, 강진맥우, 새송이․느타리버섯 등이 있다. 북쪽으론 장군봉, 서로는 주봉, 동으로 봉황산, 남으로는 옥녀봉이 풍곡산을 원형으로 감싸 안은 옴천은 그야말로 산자수명하고 인심이 좋은 농경문화의 본향이다. 임진왜란시 암행어사였던 조팽년의 주봉서원이 있으며, 조선시대 곡식을 저장하던 창고(사창, 社倉)가 있던 곳이다. 옴천은 원래 오천(梧川)이었는데, 어느 해 이 일대에 전염병이 어찌나 심하던지 주민들이 살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던 스님이 지명을 옴천(唵川)으로 바꾸면 좋아질 것이라고 하여 ‘옴천’으로 바꿔 부르니 전염병이 없어졌다는 설이 있다. 또 옴천은 ‘절골’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여러 곳에 절터가 많이 산재해 있다. 특히 황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세류(황곡천)와 월곡저수지에서 내려오는 제비내(燕川, 영산천)는 오추에서 합류하여 장흥 유치로 흘러가 탐진댐의 수원을 이룬다.
사면이 산악으로 둘러싸인 오지(奧地) 면인 이 곳은 ‘옴천면장 맥주 따르듯…’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는 군청회의 등을 마치고 옴천으로 돌아갈려는 면장은 늘, 하루에 두세 번 운행하는 버스 편에 쫓기어 일행들과 맥주 한 잔 할 시간이 부족했다. 어느 날 일행들의 성화에 못 이겨 버스정류소 인근 가게에서 맥주나 한잔 하자고 맥주를 따르던 것이, 어찌나 급히 술을 따르던지 맥주 1병으로 8잔을 만든 일화에서 나온 말이다. 그만큼 교통편이 귀하고 오지였던 옴천의 일화가 되었다. 당시엔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옴천면은 ‘유배지’로 통해, 발령이 나면 사표를 내고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도 강진군에서 다방과 이발소, 문방구가 없는 면으로 통한다.
옴천면은 전체 면적(2,969㏊)의 73.6%(2,188㏊)가 임야이다. 산골짜기가 많다보니 논과 밭은 526㏊에 불과하다. ‘옴내’로 불리는 옴천(唵川)이라는 지명은 들녘을 적시며 흐르는 맑은 시내를 가리킨다. 주요 도로로는 병영에서 영암을 경유해 광주에 이르는 835번 지방도가 기알재에서 면소재지인 개산리 산자락을 따라 월곡 돈밭재를 경유하여 통과하고 있다. 국내에 이 ‘옴(唵)’자가 들어간 지명은 옴천이 유일하다. 원래 이 ‘옴’은 범어 ‘AUM’의 음역자로 히브리어의 ‘아멘’과 같은 뜻의 불교의 신성어이다. 면 곳곳에 옴천사 등 사찰의 흔적이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지명이 불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6·25전쟁 때는 빨치산의 은거지인 장흥군 유치면과 가까워 많은 피해를 보았고 마을 전체가 완전 소실된 곳도 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 930여 명 중 대부분은 1950년을 전후해 이주해온 사람들이다. 옴천의 ‘친환경 농업특구’는 2003년 3월 전국 최초로 지정 선포되었다.
옴천면은 친환경 농업특구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고부가가치 농산물로 21세기 한국 농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청사진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면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특산품인 토하와 맥우를 비롯해 쌀, 새송이 버섯 등 환경농업을 지원하기 위해 47억원이 투입된다. 옴천면이 ‘희망의 땅’으로 부활하는 것이다.
44. 친환경 농업특구 1번지
/ the 1st Environment-friendly agricultural special district
‘버려진 땅’으로 여기던 옴천면이 지금은 ‘아껴둔 기회의 땅’으로 변신하고 있다. 들판에 메뚜기가 뛰어놀고, 논두렁에서 뜸부기가 노래하고, 반딧불이 여름밤 하늘을 수놓는 ‘무공해 농촌’을 만들어 가던 것이, 이 곳을 전국 최초의 ‘친환경 농업특구’로 지정됐다. 수년간 친환경 농법만을 고집해온 주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옴천면에 친환경 농업이 도입된 것은 1997년으로 주민 12명이 ‘친환경 쌀작목반’을 만들었다. 이들은 ‘농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친환경 농법밖에 없다’며 주민들을 설득해 나갔다. 그러나 처음에는 지금껏 ‘농약사용 농사’만 지어온 데다 양에만 치우쳐 질적 농업으로 전환하는 데는 상당한 부담감이 있었다. 작목반은 주민들과 함께 선진지로 여행 삼아 견학을 떠났다. 또 전문가를 초청해 강좌를 여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이 결과 2001년 62㏊의 논에서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넣고 우렁이를 논바닥에 풀어 잡초를 제거하는 ‘우렁이 농법’으로 첫 농사를 지어냈다.
친환경1번지 옴천농업특구
/ Om-cheon, a special zone for environment-friendly agriculture
반신반의하던 주민들도 친환경 쌀이 일반미보다 40㎏ 가마당 6천여 원씩 더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자 친환경 농법을 믿기 시작했다. 이 청정미는 ‘강진옴천 토하미’란 상표를 달고 시장에 진출했다.
옴천면은 전체 논 398㏊ 가운데 62㏊에서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고, 72㏊는 저농약으로 재배하고 있다. 나머지 264㏊는 황토를 넣어 땅심을 돋운 뒤 2005년부터는 면 전체가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고장’이 될 예정이다. 한 많고 서러운 땅의 대명사로 불려온 옴천이 이제 부촌(富村),웰빙(well-being)농촌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리라 생각된다.
<참게와 청둥오리 농법 시범단지>
옴천면은 2004년 정동마을 앞 5㏊의 논을 친환경농업특구 실증시범단지를 조성해 5.0ha의 논에 참게농법․종이멀칭(기계이앙)농법․미생물농법․쌀겨농법을 추진하였다. 이 새로운 친환경농법은 참게와 청둥오리 등을 이용한 무농약 재배로 지역특화 환경농업을 정착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이 중 ‘참게농법’은 참게의 습성을 이용 제초 및 해충의 섭식을 활용하는 농법으로 참게를 지역 특산품화 하는 환경농법을 개발 중이다. 이앙 후 1년생 치게를 10a(3백 평)에 1천8백여 마리 입식한다.
‘청둥오리농법’은 청둥오리에 의한 제초 효과 및 해충 섭식을 활용하는 농법으로 이앙 후 7일경에 7~10일령 오리를 10a당 30마리 입식한다.
45. 알코올액상 사료를 먹는 강진맥우
/ Gangjin Maekwoo Beef
막걸리와 한약재 사료만 먹여 키우는 최고급 육질의 ‘맥우(麥牛)’도 ‘친환경 고장’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서른(30) 농가가 1991년 ‘강진 맥우’로 상표등록을 마쳤고 매년 1천5백여 마리를 서울 등지에 납품해 5억여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옴천면 영산리 일원 30여 농가에서 연 1천6백여 마리의 맥우(소)를 키우고 있다. 이는 1990. 6월 상업농기술정보지에 게재된 ‘비육우 끝마무리에 알코올급여로 육질개선 효과가 있다’라는 기사 내용을 읽고 착상하여, 송아지의 거세 및 입식부터 체중 500kg 내외까지 양질의 조사료를 급여하고, 500kg 이상에서 알코올액상 사료를 먹인다. 급여기간은 200일 내외로 병영주조장에서 공급하는 알코올액상 사료를 공급한다.
알코올 사료 급여로 육질이 개선된 고급육인 강진맥우는 국내산 최고급 육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육질분석 결과 도체율 63%로 지방교잡 및 색상이 선홍색으로 육색등급이 매우 좋아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상표 등록은 1991. 8. 30일 「강진맥우」로 등록하였으며, 1995년 제1회 세계기술상 품목별 조직분야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출하처는 서울 유명백화점 등 4개시 7개 점포로 매월 출하체중 평균 700㎏의 100두 가량을 출하한다. 두당 30만원의 부가소득을 올린다.
46. 맑은 물에서 자라는 토하
/ 'Toha-jeot' as the salted shrimps
이 지역이 친환경 농업을 시작한 것은 오래전부터 무공해 특산품 토하(土蝦·민물새우)를 생산했던 것도 한 몫 차지한다. 토하는 맑은 물에서만 사는 새우로 조선시대 궁중이나, 해방 후 경무대에 진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농약 때문에 논이나 도랑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주민들은 인공사료를 주고 토하를 키울 수도 있었지만 ‘옴천 토하의 명맥을 이어야 한다’며 계곡 상류에 둑을 쌓고 웅덩이를 만들어 토하를 키웠다. ‘친환경’에 대한 마인드가 싹 트인 것이다. 이 자연친화적인 방법은 일손이 많이 가지만 주민들은 옛 방식을 고집했다. 현재 옴천토하는 매년 1리터들이 용기 400여개를 출하하고 있으나 수요를 따르지 못할 정도로 인기이다.
무공해 산간계곡에서 자연 서식하는 민물새우 옴천 토하는 맛이 좋은 별미식품이다. 토하는 민물 새우로서 물의 오염에 대하여는 극히 약한 생물로 산란기는 4월부터 8월까지이며 적당한 수온은 25℃ 정도이고, 어미새우의 몸길이는 18-40mm 정도이며 1세대는 보통 1년 3개월이다. 옴천 지역 중에서도 물이 맑은 월곡리산 토하젓이 진품이라 전하며, 1947년 농지개혁 이전 소작인들이 추수감사시 경작권을 잇기 위해 이 토하젓을 상납했다고 한다.
그동안 농약사용 등 수질악화로 소멸위기에 있던 것을 지난 1991년부터 강진군이 산간계곡에 자연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사라질 위기를 모면했다. 매년 가을추수가 끝나면 토하를 수확, 갖은 양념을 곁들인 젓갈로 가공 판매해 농가에 고소득을 가져다주는 효자 품목이지만 잡는 양이 한정되어 있어 제철이 아니면 구입할 수 없다. 수렁논과 폐경지 등 1급수지역 3.3ha의 면적에서 600리터의 토하를 잡아 연간 9천여만 원의 고소득으로 논농사의 3배에 이르는 알찬 대체 농업이 된 옴천 토하는 지난 1993년 전라남도 1읍면 1특품사업 가공부분 특품왕에 선발되었고 ‘옴천 토하젓’과 ‘청자골 토하젓’으로 판매되고 있다. 토하 특유의 흙 향기와 깔끔한 맛이 일품인 옴천 토하젓은 천일염에 3개월간 숙성시켜 천연재료인 찰밥과 고춧가루, 마늘 등 양념반죽으로 저온에서 숙성시킨 완전한 자연식품이다. 숙성시기에 토하 껍질에서 생성되는 항생, 항암, DHA성분 등이 정장제 효과와 식욕증진은 물론 중금속 흡착배출과 면역력 강화로 질병 및 성인병 예방, 종기치료 등의 민간요법으로도 활용되는 고단백 천연 발효식품이다.
47. 강진의 새송이 버섯 / the new song-i mushroom
요즘 각종 음식재료에 빠지지 않는 버섯이 있다. 볼록하고 하얀 뱃살을 내보이는 새송이 버섯이다. 언듯보면 술병 모양으로 생긴 새송이 버섯이 각종 육류와 어우러져 식탁에 오르고 있다. 강진에서 새송이 버섯이 처음 선을 보인 것은 한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느타리버섯을 주로 재배하던 농가들은 새송이 버섯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재배농가가 늘어나 현재는 11농가에서 한 해 동안 새송이 버섯 9백여 톤을 생산하고 있다. 일반 버섯들은 다른 식품에 비해 비타민이 매우 높거나 비타민C가 매우 적다. 하지만 새송이 버섯은 100g에 21㎎정도가 함유돼 느타리버섯의 7배, 팽이버섯의 10배나 많이 들어있다. 다른 버섯에 비해 칼슘과 철분의 함량도 매우 높다. 또 새송이 버섯은 영양성분이 풍부하고 항암작용, 변비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새송이 버섯은 재배기간이 무척 짧다. 종균을 구입해 17℃ 정도의 온도와 90%의 습도를 맞춰서 5일간 생육실에서 재배된다. 병에 담겨진 종균이 발아하기 시작해 10여개에 이르는 어린 버섯들이 올라오면 두개정도만을 남겨놓고 제거한다. 종균을 구입해 판매 가능한 버섯까지 자라는 기간은 대략 21일 걸린다. 수확이 끝나면 새로운 종균을 배양하는 방식으로 1년 동안 쉬지 않고 계속 버섯재배가 이어진다.
옴천 등 강진에서 재배되는 새송이 버섯은 서울 가락동 시장에서 거래되는 양의 절반정도로 인기가 높다. 강진 새송이버섯은 재래식 시설이 아닌 냉방기와 보온시설이 갖춰진 현대화된 시설에서 재배되고 있다. 강진 새송이버섯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재배농가들의 다년간의 노하우가 큰 몫을 차지한다. 오직 버섯을 주업으로 삼고 혼신을 다해 버섯을 키운다. 여기에 다년간 느타리버섯을 재배한 경험이 더해지면서 버섯대가 통통하고 굵은 강진 새송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제 강진 새송이는 국내를 벗어나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캐나다로 본격적인 수출을 시작한 새송이버섯은 현재 일주일에 80㎏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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