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그리움인가… 붉게 피어난 꽃무릇

2006. 10. 11. 21:54내고향강진의 향기

2006년 10월 11일 (수) 15:23   문화일보

 

다산의 그리움인가… 붉게 피어난 꽃무릇

(::# 미명에 바라본 강진만 ‘황홀경’::)

전남 강진군 군동평야를 휘돌아 흐르는 탐진강이 남해바다와 만 나는 강진만. 이곳은 남도의 가을 정취를 ‘날것’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웃 순천만 갈대 숲의 매력에 눌려 그리 알려 지지 않았지만, 이곳에는 청자빛을 닮은 쪽빛 바다가 있고, 건강한 개펄이 있으며 또 간척지의 너른 평야가 있다.

아직 행락객들의 발길에 어지럽혀지지도 않았고, 관광객 호객을 위해 요란하게 광내거나 다듬지도 않은 곳이다. 이곳이야말로 남도의 정취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그저 조용히 다녀가는 곳이다.

이즈음 강진만을 끼고 도는 길에는 가을의 정취가 가득하다. 강 진에서 강진만을 오른쪽에 끼고 마량항으로 가는 길은 코스모스 로 가득차 있다. 만발한 코스모스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강진만을 굽어보는 언덕마다 세심정이며 양이정이며 정자들이 세워져 있다. 정자에 올라 화사한 코스모스 뒤쪽으로 그윽하게 펼쳐진 강진 만을 내려다보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질박한 남도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강진만을 왼쪽으로 끼고 남서쪽 완도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강진만 간척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강진만은 일제시대에 한 번, 그리고 1980년에 또 한 번 간척됐다. 식량증산이 다급했던 시절에 이뤄진 간척사업으로 비옥한 개펄이 일부 사라지고 말았 지만, 남은 개펄만으로도 강진만은 아직 건강하다. 끝간 데 없는 간척지의 논에는 노랗게 익은 벼들이 마치 가을꽃과 같이 일렁 거리고 있다. 논 뒤쪽으로는 역광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건강 한 펄이 펼쳐져 있다.

강진만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일출과 일몰 무렵. 해가 뜨고 질 때마다 강진만의 바다며 개펄은 빨갛게 달궈진다.

특히 미명에 강진만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해가 뜨면서 차차 번지는 붉은 기운에 숨이 막힐 정도다. 또 마량포구 쪽에서 주작산이나 덕룡산 부근으로 떨어지는 일몰장면도 압권이다. 일출 무렵에는 다산초당에서 도암면을 지나 호래비섬 쪽으로 이어지는 길 을, 일몰에는 강진에서 마량포구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이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