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개의 귀 "저리 많은 귀고리가 달랑거리다니, 저 나무는 필시 귀가 만 개 일거야." 나는 나무에게 귀고리나무라고 불러주었습니다. 그러나 본래의 이름은 '때죽나무'. 꽃은 쪽동백 흡사하지만 하얀 귀고리 모양으로 구별합니다. 오종종한 꽃들이 모두 아래를 향해있습니다. 품에 있을 때..
대문 내기 나는 대문을 왼쪽으로 내야 된다고 했고, 당신은 대문을 오른쪽으로 내야 된다고 했다. 나는 대문 색을 포근한 미색으로 해야 한다고 했고, 당신은 푸른빛 감도는 옥색으로 한다고 했다. 보기 좋게 우리는 양쪽에 대문을 자기 색으로 냈으며 자기가 좋아하는 문으로만 들어오고..
위령선 위령선 : 미나리아재비 과의 중국 원산의 낙엽 활엽 덩굴나무로 주로 관상용으로키운다. 줄기는 가늘고 4m까지 자란다. 잎은 마주나고, 꽃은 5-6월에 자주색 꽃이 핀다. 위령선은 풍습을 제거하고 사지마비, 요통, 타박상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인다. 위령선(威靈仙)이란 이름은 약의..
묵 묵사발이 되는 건 싫다 묵 한 사발 가운데 놓고 한잔 나눌 누군가 있으면 좋겠다 메밀묵이든, 청포묵이든, 도토리묵이든 묵은 느림의 결정체 앙금을 느릿느릿 저어 끓여 천천히 식혀야만 탱탱해지는 묵 빨리 먹으려하면 부서지고 빈 젓가락만 남는다 미끌미끌한 묵은 조심스럽게 집어..
등에도 표정이 있다 언제부턴가 다른 이의 등을 되도록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람의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어서 보이지 않는 저쪽의 얼굴에 비친 감정이 어렴풋이 읽히기 때문입니다. 지하도계단을 내려가는 쓸쓸한 등을 보고난 뒤 며칠 동안 뒷모습이 눈에 밟혔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
어린이들에게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이나 사랑스런 어린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를 보낸다. 스물 스물 출렁이는 어릴 적 그날의 기억이 향기로운 내음으로 퍼져가고, 사랑이란 향기를 품고 관심과 배려로 보는 눈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모두가 함께라면 오랜 세월 상대와 통하는 절..